법원, 지난 7일 접수한 금융사에 한해 스크레이핑 임시 허용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어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까지 나서 법원 설득

법원이 오는 20일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했던 금융사의 정보 스크레이핑을 허용하기로 했다. 당장 금융권에서 우려했던 금융소비자의 '서류 직접 제출' 사태는 피하게 됐다. 금융소비자 부담하는 금리 등 비용과 함께 불편이 커질 거란 우려가 지속되면서 시행을 불과 2주 앞두고 극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국민 불편'을 이유로 신청한 회사와 정보에 대해서는 스크레이핑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법원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신용정보원을 통해 금융권 협회에 이같은 방침을 전달하고 스크레이핑 유예가 필요한 정보와 회사의 내역을 취합했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금융사 등이 공공시스템 운영기관의 정보를 스크레이핑하는 것을 제한하고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다만 API가 구축되지 않은 기관에 대해서는 금융사와 기관 간 사전협의를 거치면 API 구축 전까지 스크레이핑을 임시로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법원은 개보법이 아닌 자체적으로 가족관계등록법 등을 검토한 결과를 근거로 사전협의 대상이 아니라며 오는 20일부터 스크레이핑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가족관계증명서 등 금융업무에 활용되는 법원 서류를 소비자가 직접 발급받아 금융사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가령 은행권은 그간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면 가족관계·혼인관계증명서를 스크레이핑해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구에 맞는 정책대출과 우대금리 상품을 안내해왔다. 스크레이핑이 막히면 고객이 서류를 직접 제출하기 전까지 금융사가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혜택을 놓칠 가능성도 있었다. 금융사도 고객이 제출한 서류를 확인할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해, 고객 입장에서 심사 시간이 길어지고 금리 등 비용도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소비자 불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법원이 스크레이핑 금지를 불과 2주 앞두고 극적인 입장 변화를 내비친 것이다. 금융위와 개보위는 지난 7일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번주 금융권 협회와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스크레이핑 금지 유예의 구체적인 방식과 대상 등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법원에 의견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우려를 알고 법원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금융사에 안내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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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법원과 개보위의 태도에 대해선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그동안 금융사들이 법원 시스템에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스크레이핑해온 상황을 사실상 방치해왔다. 그러나 개보위 시행령이 전해진 뒤 지난달 16일 '자체 법 해석'을 근거로 스크레이핑 전면 차단 방침을 내놓고, 비판이 이어지자 '법 해석'을 불과 3주 만에 바꾼 것이다.
개보위 역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개보위의 시행령 개정이지만, 개보위는 법원의 조치에 대해서는 '소관 법이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지난달 28일 송경희 개보위원장도 국회에서 "개보위가 소관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에는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무조정실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소비자 불편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법원에 전달했다"라며 "이번 사태의 발단인 개보위와 이에 따른 법원 모두 성급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