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 10개 미만 가닥…중소형사 반발

백지현 기자
2026.08.11 18:06

기금형 수탁법인 사전인가 5~8개로 제한
"난립방지 위한 조치" vs "대형사 몰아주기"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화 논의 과정/그래픽=김지영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수탁법인 수를 10개 미만으로 제한할 전망이다. 정부는 사전인가제를 통해 기금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미리 막겠다는 취지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사실상 대형사 중심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기금형 퇴직연금 실무작업반은 최근 기금형 퇴직연금 수탁법인 인가 대상을 5~8개로 제한키로 가닥을 잡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현재 계약형 구조에서 벗어나 수탁기관이 여러 기업들의 퇴직연금을 모아 관리하는 제도다. 국내에선 2018년 정부입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된 후 올해 2월 노사정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확정기여(DC)형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합의하면서 법제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수탁법인 사전인가제를 비롯한 출자 요건, 이해상충 방지 규정 등 세부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달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권은 수탁법인 사전인가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 구조는 수탁법인이 목표수익률, 위험한도, 운용지침 등 전체적인 틀을 설정하면 수탁법인이 선정한 외부위탁운용관리자(OCIO)나 전문운용사가 이에 맞춰 자산을 굴리는 구조다. 수탁법인의 역할은 기금 유형에 따라 공공기관, 사용자 연합, 금융회사에 부여된다.

정부가 수탁법인 수를 10개 미만으로 제한하려 하는 건 기금 난립을 막기 위해서다. 호주의 기금형 퇴직연금 모델인 슈퍼뉴에이션 펀드 수는 2015년 6월 232개에서 2025년 6월 결산 기준 77곳으로 대폭 줄었다. 기금형 퇴직연금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는 "기금 규모를 크게 모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취지이니 중소형 기금이 난립하는게 적절치 않다"며 "호주 사례를 봤을 때도 굳이 전철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형 기관들을 중심으로 수탁법인이 선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일부 중소형 금융회사들 사이에선 가입자들의 선택권을 뺏어가는 규제라는 반발이 나온다. 한 금융회사 WM본부 관계자는 "계약형 퇴직연금 구조의 문제는 신규자금 유치에 집중하면서 수익률 등 질적 성장보다는 마케팅에만 치중했다는 점"이라며 "큰 회사 중심으로 수탁법인을 선정하면 과거와 같이 마케팅 중심으로 가겠다는 뜻 밖에 되지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55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 규모도 이에 비례해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2024년 출간된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40년 1172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제도 마련 중으로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