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증시에 안전자산 찾는다…예금 이어 달러·금까지 늘어"

김도엽 기자
2026.08.25 16:38
'하반기' 늘어나는 안전자산과 줄어드는 투자자산/그래픽=윤선정

5대 은행 정기예금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이 예금에 그치지 않고 달러와 금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잠시 멈추고 은행의 예금·달러·금 등에 자금을 넣는 '역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이 1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달러와 금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 취급도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694억3500만달러에서 지난 24일 755억8700만달러로 61억5200만달러 늘었다. 6월 말 650억440만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 만에 105억8260만달러 증가했다. 작년 말 664억73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동안 감소세를 그린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같은 흐름은 금에서도 확인된다. 5대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말 1조9296억원에서 6월 말 1조8370억원, 7월 말 1조7159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1조8410억원으로 늘면서 한 달도 안 돼 1251억원 증가했다.

정선미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 팀장은 "시장 변동성이 크고 인플레이션이 있다보니 중장기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라며 "워낙 큰 장을 경험하면서 대기성 자금이 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갔고, 동시에 헷지 자산으로서 달러와 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산과 연관된 지표는 증가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5대 은행의 ETF(상장지수펀드) 판매액은 지난 6월 14조1412억원에서 7월 2조4588억원으로 급감했고, 이달에는 24일까지 5232억원에 그쳤다. 7월 한 달 판매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상반기에 3조원 넘게 증가한 마이너스통장 잔액 역시 7월 말 44조1732억원에서 이달 24일 44조2320억원으로 58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자산을 일부 현금화하거나 증시에 대한 추가 투자를 미루고, 예금으로 자금을 지키거나 수익을 낼 다른 수단을 찾는 방향을 틀고 있다고 진단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큰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이 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다"라며 "금에 대한 수요도 증시 불안과 채권 금리 인상 등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금도 빠르게 은행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상반기 수출 호조 기업의 자금이 지난 7월부터 대거 정기예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상반기 막대한 이익을 거둔 증권사들이 하반기 들어 은행 예금을 늘리고 있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의 여유자금이 환율 변동성 확대로 투자나 외화 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지며 일단 원화 정기예금에 머물며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수요가 반영됐다"라며 "동시에 증권사 계열 예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증시 상황 등에 따라 정기예금의 증감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정기예금 금리가 3% 후반대가 되면서 복잡한 자산을 정리하고 쉬어가자는 움직임"이라며 "안전자산으로 회귀했다가 나중에 시장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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