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보다 더 커져버린 보험대리점(GA)에 '개혁 수준'의 첫 종합감독 방안을 내놓는다. 소속 설계사가 1만명이 넘고 연매출액이 '조 단위'인 초대형 GA들이 보험판을 뒤흔들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단이 마땅찮다. 금융당국은 GA에 대한 제재를 보험사 수준으로 높이고, 마구잡이식 겸영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GA에 대해 사상 첫 종합 감독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채널인 GA는 소속 설계사가 31만 6000명으로 보험사 전속 설계사 22만4000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GA도 4곳에 달한다.
'슈퍼갑'이 된 GA에 보험사들은 연간 수십조원의 판매수수료를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GA의 내부통제 수준이나 GA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규정은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GA는 최근에도 불법 대부중개 영업, 불법 사금융 청년 피해, 정책자금 '꺾기',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의 대형 사건을 잇따라 일으켰다.
금융당국은 GA에 대한 영업정지 등의 제재 기준을 보험사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GA는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 규정에 따라 총 매출액(영업수익)중 사고금액 비중이 1~2%를 넘어야 영업정지가 가능한데 이 비중을 낮추거나 사고금액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형 GA의 경우 총매출액이 조 단위로 뛰면서 현재의 양형 기준으로는 영업정지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예컨대 업계 2위사인 인카금융서비스의 경우 매출액이 2015년 1200억원에서 2025년 1조2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었다. 이 회사에 영업정지 2개월을 부과하려면 사고금액이 10년전 24억원에서 지금은 200억원이 넘어야 한다. 금감원 검사 인력을 1년 내내 투입해도 대형 GA에 대한 영업정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GA 임직원이 재직 중 위규 행위를 저지르면 일정 기간 취업을 막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험사는 임원 제재를 받으면 5년간 재취업이 막히는 반면 GA는 이력 추적도 없고 별도의 재취업 제한 규정도 없다. 금감원 제재를 받고 있는 와중에 해당 GA를 폐업 시키고 '간판' 만 바꿔 달아 새 회사에서 버젓이 재취업해도 금융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최근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문어발식' 겸영도 막는다. GA는 다단계와 대부업을 제외하고는 현행 법상 별도의 업종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세무, 회계, 노무 등의 컨설팅 명목으로 접근해 고가의 보험상품을 강권하거나 위법 행위를 조장하는 사고가 터지고 있다. 또 '금품' 이외의 재무컨설팅 등 용역도 '특별이익'에 포함시켜 일정 금액 이상을 제공하면 처벌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 법상으로는 '초회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작은 금액' 기준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만 처벌 대상이다.
상호 제한도 도입된다. 서울 번화가인 강남권이나 성수동, 영등포 등 대로변에 내걸린 GA의 '~에셋' '~금융' 등의 간판이 사라지고 보험사, 대부업체, 상호금융처럼 업종을 적시하는 '보험대리점'을 상호에 반드시 넣도록 규제를 강화한다. 다른 금융업으로 오인할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대리점이 보험사보다 초대형화 됐음에도 금융당국은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는데다 GA에 휘둘린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브레이크 없이 쓰고 있다"며 "GA를 이대로 방치하면 보험의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개혁 수준의 종합 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