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진 기업자금 메우려 예금금리 '쑥'…대출금리도 밀어올린다

김도엽 기자
2026.09.29 16:00

-7~8월 법인세 납부기간 동안 저원가성 예금 수조원씩 빠져
-최근 은행권 수신 증가세 상당 부분이 기업 자금…증감폭 적은 개인 자금 유치 필요성 커져

국내 주요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그래픽=김지영

은행들이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개인 고객의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 납부 등을 계기로 변동성이 큰 기업자금이 대거 빠져나가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개인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예금금리 상승은 은행의 조달비용을 높여 향후 대출금리를 추가로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머니마켓예금계좌(MMDA) 잔액은 지난 28일 기준 121조31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말 133조922억원에서 7월말 118조3040억원으로 한 달 만에 약 14조8000억원 감소했고, 8월말에는 117조3407억원까지 줄었다. 이달 들어 일부 회복했지만 6월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12조원 적다.

MMDA는 기업이 단기 여유자금을 맡겨두는 대표적인 저원가성예금이다. 통상 법인세 납부 시기에는 기업들이 세금을 내기 위해 MMDA에서 자금을 뺀다. 실제 지난 7~8월에는 은행별로 기업 저원가성예금이 수조원씩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 납부 시기에 맞춰 기업의 저원가성예금이 수조원씩 빠졌다"며 "빠진 자금을 메우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개인 예금을 모으기 위해 은행들이 연이어 예금금리를 올렸다"고 말했다.

최근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은행권 수신 잔액이 가파르게 늘고 있으나, 증가액 상당 부분은 기업에서 들어온 자금으로 알려졌다. 이에 상대적으로 만기까지 보유하는 비율이 높은 개인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것도 예금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지난 28일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연 4.174%로 한 달 전보다 0.411%포인트(P) 상승했다. 시장금리 상승이 예금금리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는 연 3.5% 정기예금 기준으로 예금금리를 0.6%p 가량 올리더라도 은행채보다 나은 자금 조달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부 은행에서는 하반기 자금 수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수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P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는만큼 그전에 자금을 조달해 비용을 낮추려는 의도다.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실제 개인자금의 정기예금 유입세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8일 기준 1009조4141억원으로 8월 말보다 4조1822억원 늘었다.

예금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자금의 조달비용을 반영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8월 상승세가 멈췄지만 9월 은행권의 잇따른 수신금리 인상이 반영되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코픽스가 오르면 이를 준거금리로 사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의 변동형 상품 금리도 따라 오른다.

이미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46~6.29%로 두 달 전 4.09~6.38%와 비교해 하단이 0.37%P 상승했다. 상단이 낮아진 것은 농협은행이 별도로 주담대 금리를 인하한 영향으로, 나머지 4대 은행은 같은 기간 금리 상·하단이 모두 올랐다. 전세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연 3.33~6.03%에서 3.87~6.57%로 뛰면서 상하단이 모두 0.54%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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