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매출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이익은 크게 줄면서 수익성 저하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동화 전환기 투자 부담에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 관세 등 통상환경 변화가 겹치면서 판매가 회복되더라도 수익성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변화와 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완성차 20개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590억달러(약 80조2200억원)로 전년 대비 6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합산 매출은 2조5392억달러로 2.4%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6.4%에서 2.3%로 떨어졌다. 정점이던 2023년(7.9%)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도 이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독일 자동차경영연구소(CAM)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5개 완성차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고 이자·법인세 차감 전 이익(EBIT)은 16.3% 감소했다. 평균 EBIT 마진도 4.4%에서 3.5%로 낮아졌다.
배경으로는 △전동화 전환기 복수 파워트레인 병행 부담 △SW(소프트웨어)·AI(인공지능) 개발·운영비 증가 △중국발 공급 확대 △통상환경 변화를 꼽았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사업을 유지하면서 전기차 플랫폼·배터리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데, 수요 변화에 맞춰 생산라인을 전환하려면 2억~4억달러의 비용과 9~15개월이 든다. 중국 5개사(BYD·지리·상하이자동차·창안·창청)의 매출은 2019년 1780억달러에서 지난해 3051억달러로 71%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2~4%대에 머물렀다. 연구원은 이들이 낮은 수익성을 유지한 채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봤다. 올해 상반기 중국 업체의 유럽 판매는 약 65% 증가했고 점유율은 7%에서 11%로 올랐다.
업체별로는 명암이 갈렸다. 인도 등 신흥시장 판매를 기반으로 한 스즈키는 올해 상반기 10.1%의 EBIT 마진을 유지했고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복수 파워트레인에 강점이 있는 현대차그룹과 토요타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했다. CAM 집계에서 현대차(350,000원 ▼4,500 -1.27%)·기아(116,000원 ▼1,600 -1.36%)의 EBIT 마진은 6.5%로 스즈키·체리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반면 미국 비중이 높은 마쓰다·닛산은 관세 부과로 수익성이 악화했고 전동화 전략을 수정한 스텔란티스·포드·혼다는 손상·재편 비용을 반영하면서 이익이 급감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이 약 41%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전년 7.2%에서 4.6%로 하락했다.
앞으로 판매량·가동률 회복만으로는 코로나19 이후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응해 하나의 공장에서 여러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 유연한 생산체계를 갖추고, 공동 개발·표준화로 SW·AI 중복 투자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한솔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조사실 책임은 "과거 수준으로의 수익성 회복 자체보다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미래 투자를 지속하고 이를 실제 판매와 이익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