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분쟁조정안, 무조건 따라라?..금감원 분조위 '독립성' 관건

권화순 기자
2026.09.30 16:40

영국·호주는 6억원 이하에 편면적 구속력 저용...절차적 하자나 불공정성 있으면 행정소송 허용
금융회사들 "검사, 제재권 있는 금감원에 분쟁조정 종결권까지 주는 것은 과도하다" 비판도

국가별 편면적 구속력 적용 금액(상한)/그래픽=김다나
분쟁금액별 분쟁건수/그래픽=김다나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금융분쟁의 편면적 구속력 제도가 1년4개월 여 만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최종 도입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소비자의 신속 구제가 가능해지고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금융회사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독립성과 신뢰성 확보도 풀어야할 과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국가로는 영국, 독일, 호주, 일본 등이 있다. 영국과 호주의 경우 약 6억원 이하의 분쟁에 적용하고 있다. 다만 금전배상 결정의 절차적 하자나 현저한 불공정성이 있는 경우 분쟁조정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 행정소송을 허용한다. 독일은 1500만원 이하의 소액분쟁에 적용하고 있으나 규제 당국이 아니라 금융회사 자율규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본은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더라도 금융회사가 이를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 내의 분쟁조정위원회가 1000만원 이하의 분쟁조정 결정을 내리고 소비자가 이를 수용하면 금융회사가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000만원 이하 분쟁이 전체의 50~60%를 차지하는 만큼 2건 중 1건은 편면적 구속력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재판 청구권 제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달 초 관계 부처와 금융회사,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법조계를 중심으로 "재판상 화해는 양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성립되는데 아예 금융회사의 재판권 청구를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영국과 호주처럼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거나 분조위에서 다투지 못한 새로운 이슈가 발견된 경우 등에는 금융회사에 재심권을 제한적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과 법원 판결이 상이한 주요 사례/그래픽=김다나

분조위의 독립성과 신뢰 확보도 풀어야 할 중요 과제다. 금감원 분조위의 분쟁조정안에 불복해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의 최종 판결이 분조위와 달랐던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예컨대 지난 2005년 우리은행의 '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의 경우 금감원은 50% 배상을 권고했으나 법원은 20~4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사태때 금감원 분조위는 최대 80% 배상 결정을 내린 반면 법원은 60% 배상을 결정했다. 2024년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때는 분조위는 20~40%의 기본배상을 결정했는데, 투자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금융회사 책임은 0%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35인으로 구성되는 분조위원 중에서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 비중을 확대하고 금감원 부원장이 맡고 있는 위원장을 상근직 판사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및 제재 권한을 가진 금감원에 분쟁조정 종결권 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감원이 아닌 제3의 기구에 편면적 구속력 결정 권한을 줘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금융회사가 수용하도록 하려면 검사권과 제재권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정반대 주장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조사, 검사도 하는데 아예 특정 사건의 분쟁에 대해 종결까지 해버리면 법원 소송권도 막힌 금융회사는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편면적 구속력 시행을 하더라도 기준 금액을 더 하향 조정하거나 예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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