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금융권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 및 자격증 체계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전문 교육과정이 부족하고 관련 자격증도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권만의 공통 AI 역량 평가 기준을 마련해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0일 출간한 금융브리프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AX(AI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과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에 따라 AI는 임직원의 업무를 지원하는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최종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사람이 지는 만큼, AI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임직원의 역량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금융연수원, 금융보안원, 보험연수원, 한국핀테크지원센터 등이 금융회사 임직원 대상 AI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모델 검증, 설명 가능성 평가 등 실무 교육은 단기나 소수정예 과정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 특화 자격증은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가 있다. 금융특화 자격증으로는 금융연수원에서 제공하는 KBI 금융 AI 리터너시, KBI 금융DT 네스트, 금융데이터 관리사 등이 있지만 실무에 바로 적용하기 힘든 기초 교육에 불과하다. 국가공인 AI 능력 시험인 'AICE Associate' 시험도 있긴하지만 금융권에 특화된 것이 아닌 범용 자격증이라는 한계가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금융 AI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 교육·인증 제도를 체계화하고 있다. 일례로 싱가포르의 금융 감독기관인 MAS과 금융연수기관인 IBF는 여러 교육기관의 과정을 인증해준다. 또한 이를 단계별 자격체계로 연결하고 있다.
금융연은 국내에서도 AI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공통된 역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직무 전체보다 특정한 절차를 AI로 자동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과업 단위까지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출심사 업무에서도 서류 검토, 신용등급 분석, 대출 승인 등 개별 과업에 따라 AI 활용 방식과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무와 유사한 환경에서 AI를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금융보안원이나 금융연수원에서 업권 공동 실습환경을 구축하는 안도 제시됐다.
아울러 금융 분야에 특화된 업무 활용 능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자격증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관리, 모델의 개발 및 검증, AI 거버넌스 및 준법, 금융보안 등 세부 역량별로 나눠 배지를 부여하고 일정 수준 배지를 획득하면 상위 단계의 금융 AI 자격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서병호 금융연 선임연구위원은 " 금융권에서 공통으로 인정되는 객관적인 자격 체계가 마련되면 자체적으로 AI 역량을 평가하기 어려운 중소형 금융회사도 채용이나 인력배치 과정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어 정보비대칭과 평가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