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반값인데도 안 갈아타"…가입자도 외면하는 5세대 실손

이창명 기자
2026.10.27 16:55

[MT리포트]헛바퀴 도는 실손보험 세대교체③

[편집자주] 5세대 실손 전환 인센티브 제도가 11월부터 시행되지만 계약자에게도, 보험사에도 외면당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축소되는 보장 대비 보험료 할인 혜택이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보험사는 회계상 '이익계약'이 '손실계약'으로 돌변한다. 임기 3년짜리 보험 CEO가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계약전환에 나설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5세대로 넘어가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실손보험 구조개혁 문제를 짚어본다.
5세대 실손보험 주요 보장/그래픽=임종철

"실손 보장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보험료 아낀다고 5세대로 갈아타면 나중에 크게 후회를 할 것 같다".(옛 실손보험 가입자)

5세대 실손 전환과 관련한 보험계약자들의 반응이다. 기존 1·2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5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3년간 보험료를 절반만 내는 계약전환 할인제도가 다음달부터 시행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크게 매력을 못 느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기존 1·2세대 가입자의 전환 규모는 전체 가입자의 0.2% 수준에 그쳤다. 보험료 부담이 큰 초기 실손 가입자를 중심으로 전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이동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새 상품으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크게 아낄 수 있지만 정작 병원에 갈 일이 생겼을 때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게 보험업계 현장의 반응이다. 과거 3·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을 때도 보장 범위 축소와 보험료 절감 효과를 비교해 상당수 가입자가 신상품으로 이동했지만 이러한 경험이 오히려 가입자들에게 새로운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장이 줄어든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보험료를 아끼기보다 향후 의료비 부담에 대비해 기존 보장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더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5세대 실손은 비중증 비급여 의료 이용에 대한 보장을 대폭 축소했다.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은 기존 세대보다 높아지고 보장 한도도 줄어든다.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보장 요건이 강화된다. 반면 중증 질환과 관련한 의료비 보장은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의료 이용이 적은 가입자는 보험료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비급여 치료를 자주 받는 가입자는 전환 후 본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1세대 실손 가입자인 30대 남성 A씨는 "현재 월 9만원 정도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계약을 전환할 계획이 없다"며 "1세대 실손으로 회당 10만원에 해당하는 충격파 치료를 비용추가 없이 받을 수 있었고, 암진단비나 화상, 깁스 이런 특약 혜택까지 갖춰져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정책적으로는 구세대 실손의 손해율을 낮추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전환을 확대해야 하지만 가입자에게 전환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보장 축소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환을 유도했다가 향후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보장 범위를 둘러싼 민원이 급증할 수 있어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해 전환을 권유했다가 나중에 필요한 보장을 받지 못하면 가입자 불만이 커질 수 있다"며 "가입자들에게 세대이동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겼을 뿐 아니라 가입자마다 필요한 보장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전환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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