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사이 부실채권에 대비한 손실 방어막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8대 금융지주의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이 모두 2년 전보다 낮아졌다. 부실채권 매각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추가 손실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주주환원과 건전성 관리 간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JB 등 8대 은행계열 금융지주의 지난 9월 말 부실채권(NPL) 커버리지비율은 모두 2024년 같은 시점보다 하락했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기 어려워진 부실채권에 대비해 손실을 감당할 돈을 얼마나 쌓아뒀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부실채권이 100억원일 때 충당금을 150억원 쌓았다면 커버리지비율은 150%가 된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이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8대 금융지주 가운데 2년간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JB금융이다. 2024년 9월 말 133.5%에서 올해 83.4%로 50.1%포인트(p) 떨어졌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39.6%p, 38.2%p 하락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하나·BNK·iM·JB 등 4개 금융지주는 커버리지비율이 100%를 밑돌았다.
은행별로 보면 지방은행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지난 9월 말 커버리지비율은 광주은행 80.0%, 전북은행 81.5%, 경남은행 81.9%, 부산은행 88.6%로 모두 금융당국 권고 수준을 밑돌았다.
배당 확대하는데…부실채권 팔기도 어려워진 금융지주
반면 금융지주들의 배당금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8대 금융지주의 연간 현금배당금 합계는 2023년 5조976억원에서 2024년 5조4280억원, 지난해 6조2547억원으로 2년 새 1조1571억원(2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34.4%, 우리금융은 33.6%, BNK금융은 39.5% 배당금을 늘렸다. 비상장사인 NH농협금융도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배당금을 7000억원에서 7600억원으로 확대했다.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도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경쟁은 이어졌다. KB금융은 3분기 주당 배당금을 전년 동기보다 25.5% 늘어난 1167원으로 결정했다. 신한금융은 4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결의하면서 올해 총주주환원 규모를 약 3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가로 결정했다.
지방 금융지주 역시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BNK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9.2% 감소했지만 주당 배당금은 120원에서 150원으로 늘렸다. 자사주 매입 규모도 올해 12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JB금융도 올해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주주환원 확대와 달리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한 시장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채권 매각시장이 위축되면서 금융회사들이 부실자산을 제때 처분하기 어려워졌고 매각가격이 낮아질 경우 추가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부실채권 매각시장 위축을 건전성 관리의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강재신 하나금융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는 지난 2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NPL 자산 매각 시장의 위축으로 고정이하자산 매각이 3분기까지 부족했다"며 "4분기에는 충분한 자산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손비용률이 상승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생산적 금융에 부실 위험 커지는데…금융당국, 연말 충당금 적립 주시
부실채권 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따른 기업대출 확대가 이어지면서 금융지주들의 건전성 관리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추진한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 도입도 지연되고 있다. 생산적 금융 확대에 따른 자금 공급 여력 등을 고려한 조치지만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관리 필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연말 결산에서는 금융지주들의 충당금 적립 수준과 자본 여력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주주환원 확대 속에서도 부실에 대비한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핵심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늘리는 반면 충당금은 줄어드는 곳이 있다"며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향후 기업대출 부실 가능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배당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