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를 분리해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직접 추심을 하지 않고 채권 관리만 하는 업체에는 현행 등록제를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채권 회수 방식이 서로 다른 대부업체에 일률적으로 허가제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17회 소비자금융 컨퍼런스'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연체채권을 사들여 회수하는 매입채권 추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자본금 30억원 이상 및 전문인력 5명 이상을 포함한 상시고용 인력 20명 이상 등 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한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같은 매입채권 추심업이라도 실제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채권을 사 온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업체에 같은 허가 요건을 적용하는 게 맞냐는 문제의식이다.
매입채권 추심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효응답 업체 120개 사 중 56개 사(46.7%)는 직접추심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을 포함해 직접추심 비중이 20% 이하인 업체는 84개 사(70%)였다.
보유채권 유형별 차이도 컸다. 담보채권 중심으로 채권을 관리하는 회사의 추심 방법은 계좌압류 등 법적 절차가 79%를 차지했다. 직접추심 비중은 4.5%였다. 반면 무담보채권 중심 업체의 직접추심 비중은 57.2%다.
이 변호사는 "자체 인력으로 변제를 독촉하거나 재산을 조사하는 업체에는 허가제를 적용하되 직접추심 없이 법적 절차나 위탁추심, 변제계획 관리 등으로 채권을 회수하는 업체는 '대부채권매입 관리업'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업'에는 현행 자기자본 5억원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고, 상시고용·전문인력 기준도 새로 부과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허가제 적용 대상 업체에도 단계적으로 요건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기존 매입채권 추심업체가 앞으로의 증자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일정 기간에 걸쳐 자본과 인력을 확충하도록 경과조치를 두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입채권추심업 911개 사 중 자본금 30억원 미만은 716개 사였다. 평균 임직원 수는 약 5.8명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대부업법의 전반적인 개편안도 제시됐다. 등록 대부업자는 가칭 '대부금융업법'에서 다루고, 불법사금융도 별도의 근절법을 신설해 규율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대부업법에는 대부업을 금융산업으로 보는 조항이 부족하다. 61개 조문 중 영업행위·이용자 보호 관련은 20개, 감독·검사·제재는 11개다. 하지만 건전성·대주주 조항은 2개, 업무범위 관련은 아예 없다.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은 "불법사금융은 별도 강력한 근절 법안으로 실효성 있게 차단하고, 건전한 대부금융은 독립된 '대부금융업법'으로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매입채권 추심업 허가제도 급격한 요건 상향으로 인해 문턱이 과도하게 높아진다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건전한 사업자까지 시장에서 이탈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