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벤처투자금인 모태펀드가 독립영화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기를 2년이나 앞둔 상황에서 중도 해산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독립영화를 껄끄럽게 생각하던 모태펀드가 펀드 청산을 위해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11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한 독립영화투자펀드인 '대한민국영화전문투자조합1호'가 지난 8월 22일자로 조기 해산키로 하고 지난 9월말 펀드 출자자를 상대로 해산조합원총회를 개최, 내년 2월 최종 청산을 결정했다. 당초 만기는 2018년 8월이다.
이 펀드는 첫 독립영화펀드로 독립영화업계에 사실상 하나뿐인 자금줄이다. 통상적인 벤처펀드는 만기까지 존속하는데, 이처럼 이례적인 중도 해산 결정 후 독립영화 제작업체와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초 이 펀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을 마중물 삼아 조성됐다. 예전엔 영화진흥위원회가 열악한 독립영화 제작지원 등을 목적으로 영화 입장권 수익의 3%를 징수해 조성한 영화발전기금을 직접 운영했으나 2010년부터 정부 벤처투자금인 모태펀드를 관리하는 공공기관 한국벤처투자에 맡기고 이를 민간자금과 합쳐 펀드를 조성, 민간 투자회사인 벤처캐피탈에 위탁하는 구조로 변경했다.
'대한민국영화전문투자조합1호'도 영화발전기금으로부터 재원을 받은 모태펀드가 100억원을 출자한 뒤 중소 영화 배급사 및 제작사 등 10개 민간업체가 50억원을 모아 2013년 8월 15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 펀드는 '만신' '경주' '야간비행' 등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독립영화를 제작했다.
그러나 펀드운영을 맡았던 벤처캐피탈인 산수벤처스가 지난해 문화콘텐츠 투자를 축소한다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펀드를 다른 벤처캐피탈로 옮기는 방안을 타진하면서 펀드 존립 여부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산수벤처스의 투자부문 대표이자 해당 펀드 운영을 담당하던 김현우 전 대표펀드매니저가 지난해 12월 간담회를 열고 다른 업체(마그나인베스트먼트)로 이직하는 동시에 펀드를 함께 가져가 운용하기로 했으나 여의치 않아 신생업체인 블루인베스트먼트로 옮긴 후에도 펀드 이관을 재추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한국벤처투자로부터 펀드 운용을 위한 자격심사 과정에서 탈락했기 때문.
관련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산수벤처스가 한국벤처투자로부터 펀드 이관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담당 펀드매니저가 펀드 존속을 위해 이직을 추진하면서까지 수개월을 작업했던 것"이라며 "산수벤처스가 갑자기 펀드 이관을 추진한 것과 한국벤처투자가 불승인해 펀드를 해산시킨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산수벤처스의 최대주주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대표라는 점이 독립영화펀드 해산으로 이어진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재환 대표가 보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이 산수벤처스 지분 100%를 갖고 있었고 지난달 지분을 에이비엔인베스트먼트로 넘겼다. 산수벤처스의 의아한 행보는 최근 CJ그룹이 각종 사회비판적 영화나 콘텐츠 제작 등으로 박근혜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외압을 받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분 66.7%를 보유한 절대주주인 모태펀드의 의지대로 펀드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펀드 출자자 한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 파행 사태처럼 사회비판적인 독립영화에 대한 정부의 노골적인 거부감이 이번 독립영화펀드의 조기 해산에도 반영된 것"이라며 "수차례 관계기관에 찾아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펀드의 존속 필요성을 설명해도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산수벤처스의 잦은 인력변동이 발생했고 펀드 이관을 추진했으나 해당 운용사가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해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펀드의 운용권한은 모태펀드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벤처투자에 맡겼기 때문에 결과만 보고 받고 있다"며 "펀드가 해산되면 앞으로는 투자 수익률도 고려해 독립영화 이외에 다른 영화나 콘텐츠에도 투자하는 방안 등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