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중소·벤처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을 돕는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문턱이 높아졌다. 두 기관의 기술평가 결과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 즉각적인 재심 신청을 통해 재차 검증한 종전 제도가 사실상 제기능을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기업 중 두 기관의 평가결과가 3등급 이상 차이 나는 경우에만 대기기간 없이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지난달 관련규정이 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평가는 기술신용평가기관 중 1곳과 정부산하 연구기관 중 1곳 등 총 2개 기관이 참여한다. 두 기관의 평가가 각각 A·BBB등급 이상인 기업들에 기술특례상장 예비심사 청구자격을 부여한다. 당초 이들 기관의 평가결과가 2등급 이상 차이나면 평가의 객관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즉시 재심사를 받도록 했다. 다른 기관으로부터 재차 검증받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
그러나 이번 제도변경으로 두 기관의 평가 차이에도 사실상 모든 기업이 재심까지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시행된 2005년 이후 2개 기관의 평가결과가 3등급 이상 차이가 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이는 유망한 기술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는다는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2005년 기술특례 상장제도 도입 후 10년간 이를 통해 상장한 기업이 모두 15곳에 그치자 제도 활성화를 위해 평가기관 확대, 평가기간 단축, 평가수수료 절감 등 제도를 개선했다. 이에 2015~2016년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둔 기업은 모두 22곳으로 크게 늘었다. 거래소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코스닥시장은 기술특례 상장과 이전 상장이 활성화돼 기술주 시장으로 정체성 제고 및 상장사다리 기능을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당장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거래소가 전체 주관사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 기술특례 상장제도로 코스닥 입성을 추진하는 기업은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일반·벤처기업과 비교해 설립 후 경과연수, 자기자본, 매출액, 시가총액 등 일부 외형요건의 면제 또는 완화 혜택을 받는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즉시 재심 신청이 안되면 기술특례 상장은 그만큼 지연되는 것”이라며 “평가기간이 길어질수록 중소·벤처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자칫 우수기술도 함께 사라질 위기를 맞는다”고 말했다.
이에 거래소 관계자는 “장기간 기술평가 시행결과 평가결과가 2등급 이상 차이나는 기업들은 모두 바로 재심을 신청하는 등 기술평가가 남발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보완기간 없이 재심을 신청하는 것은 전문평가기관이 소신을 가지고 진행한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