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유일 화훼특구 매출 1/3로 시들어"

지영호 기자
2017.09.25 04:35

[청탁금지법 1년]1년전 표창받은 고양화훼단지 청탁금지법 직격탄..."규제 대상서 꽃 제외해야"

청탁금지법 1년을 앞둔 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주교동 일대에 위치한 고양화훼단지 모습./사진=지영호 기자

“김영란법 대상이 아닌 사람들도 구매를 꺼립니다. 시장에 공포감이 형성된 거죠.”

지난 22일 고양화훼단지에서 만난 A플라워 최모 대표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단지 내 업체들의 매출이 대부분 3분의1 이하로 줄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곳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주교동 일대 31만4712㎡에 조성된 국내 유일한 화훼특구다. 2006년 특구로 지정돼 지역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단지 내 업체들은 직접 농장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국내 도·소매는 물론 수출까지 한다. 지난해에는 우수지역특구로 선정돼 중소기업청장 표창과 5000만원 포상도 받았다.

하지만 고양화훼단지 역시 선물가액 5만원 이하로 규정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매년 1월과 6월 기업 인사시즌, 3월과 9월 새 학기만 되면 폭주하던 난 주문이 올해 자취를 감췄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도매기준) 1주일에 15개들이 300상자가 나갔는데 지금은 소위 ‘선수’들도 60~80상자밖에 팔지 못한다”며 “도심 내 꽃집이 몰락하면서 물건을 받아줄 소매업자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만원 가액을 맞추다 보면 좋은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데 고객의 눈높이는 아직 10만원에 맞춰졌다”며 “생육을 관리하는 오프라인업체는 줄고 중간 마진을 챙기는 유통업자만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 1년을 앞둔 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주교동 일대에 위치한 고양화훼단지 모습.

화훼단지의 침체는 단지 입구에서부터 확인이 가능했다. 단지 내 화훼산업특구정보센터와 육종연구소는 운영을 중단하고 인근 공공노동근로자의 임시 휴식처로 사용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청소근로자는 “요즘엔 사람이나 차의 왕래가 거의 없다”며 “풀만 무성하게 자라났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화훼시장의 위기가 감지된다. 한국화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협회원 수는 1350명에서 올해 1월 1230명으로 줄었다. 2014년 통계청 기준 전국 화초관련 소매업체 수는 1만6000개, 매출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협회는 업계의 전업 및 폐업률을 10~12%로 추정한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 감소가 이처럼 많은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일례로 20년 이상 꽃집을 운영하던 회원 B씨는 관공서와 일반기업의 주문 단절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협회가 발주한 사업의 대금을 체납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꽃집 2곳을 운영하는 회원 C씨는 매출이 50% 감소하자 최근 한 곳을 정리하고 남은 한곳도 직원 없이 운영 중이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전국 화훼 도소매업자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행 이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56.7%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화훼 도소매업자의 매출 감소 응답은 84%로 나타나 가장 손실이 큰 업종으로 조사됐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한 화훼 도소매업자의 자체 매출감소율은 53%다.

문상섭 화원협회장은 “조사에 따라 업계의 매출 감소비율이 들쑥날쑥하지만 체감하는 정도는 70% 이상”이라며 “정부는 김영란법 경조사비에 화환가격이라도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경기 고양시 한 화훼농가를 찾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를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17.7.8/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