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장 된 산업단지…불법매매로 659억 챙겨

지영호 기자
2017.10.17 17:55

5년6개월간 산업단지 불법매매 75건 적발...이찬열 의원 "비양심적 기업주 처벌 강화해야"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군산2국가산업단지 A업체는 산업단지에 건물을 신축한 뒤 불법으로 매각해 71억5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고작 3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구미단지 B업체는 산업단지 필지를 17억2200만원에 취득한 뒤 71억원에 처분했다. 이 업체가 거둬들인 부당이익은 53억7800만원이나 됐지만 부과된 벌금은 1500만원이 전부였다.

조성원가로 공급된 산업용지를 불법으로 매매했다가 적발된 업체들이 올린 시세차액이 5년6개월간 65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이같은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산업단지 불법매매로 75건이 적발됐다. 이들 업체가 거둔 불법 차익은 659억3400만원이었지만 벌금액은 4억3700만원에 그쳤다. 산업단지별로는 구미가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군산2산단이 22건으로 뒤를 이었다.

적발된 업체 상당수는 산단 내 용지를 분양받은 뒤 공장을 짓지 않고 불법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거뒀다. 현행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집적법) 등에는 설립 후 10년 이내에 처분하거나 사업실패 및 분할·합병 등 제한된 이유가 발생한 경우 관리기관에 양도하도록 규정돼 있다. 위반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시세차익에 비해 처벌수위가 낮아 많은 업체가 불법매매 유혹에 노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산단공은 “매년 2년 주기로 입주업체 전수조사를 실시해 공장등록 유지를 확인한다”며 “비정상적 처분자에 대해선 고발 등 법률적 제재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비양심적인 기업주도 있겠지만 경기악화나 절차 인지 부족으로 임의처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법령을 준수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2015년 국회는 처분제한 위반 벌칙 상한을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에서 5년· 5000만원으로 강화했지만 여전히 부당이익 규모가 커 이같은 불법행위를 근절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시세차익을 노린 비양심적인 기업주는 보다 강력히 처벌하고 경기악화 때문이거나 절차를 몰라 임의처분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법령 계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단지 처분에 따른 투기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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