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공장 L하우스. 독감백신용 세포들이 자라는 배양기 밖으로 하얀 비닐백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비닐백 안에 있는 세포들이 자라나면서 비닐백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비닐백에 대해 묻자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웃으며 “다른 회사들이 포기한 세포배양 독감백신 상용화를 성공할 수 있게 만들어준 열쇠”라고 답했다.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동물의 세포를 키워 독감 바이러스를 소량 주입한 뒤 이를 증식해 만든 백신이다. 유정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접종해 배양한 후 항생제를 첨가하는 기존 독감백신 생산방식에 비해 계란 알레르기 반응 문제, 바이러스 변이 문제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질병관리본부(CDC)가 2017~2018시즌 독감백신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은 유정란 4가 독감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11% 높았다.
그러나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상용화하기가 까다롭다. 박스터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개발에는 성공했으나 생산성이 낮아 결국 포기했다.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한 세포를 키운 후에는 배양기를 세척하고 멸균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배양기 안에 특수한 일회용 비닐백을 넣어 세포를 배양하고, 세포가 다 자라면 비닐백을 버리는 ‘싱글유즈시스템’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세척과 멸균과정이 확 줄어든다. 독감 바이러스가 배양기 벽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부유배양 자체 세포주’ 기술도 개발해 적용했다.
이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5년 국내 유일의 세포배양 3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했고, 이듬해 세계 최초로 한 번에 네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스카이셀플루 4가’를 내놨다. 지난해 2월에는 해당 기술을 사노피에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스카이셀플루는 지난 4월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았다. 최근에는 시판 마지막 관문인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출하에 들어갔다.
이상균 공장장은 “올 연말과 내년 초 국내에 공급할 독감백신은 물량은 약 500만 도스(1도스는 1회 정종량)”라며 “다음달부터 전국 병·의원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