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상 소량 기존화학물질 등록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여건 탓에 중소기업 대부분이 등록에 필요한 자료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량 기존화학물질 등록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71%가 연간 1~10톤 구간 내에서 기존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으며, 기업당 평균 17.59개의 물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이 평균 24.55개로 소량 기존화학물질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화평법에 따르면 연간 1톤 이상 기존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는 자는 사전 신고 후 사용량에 따라 단계별로 유예기간 내 등록해야 한다. 이 중 연간 1~10톤 구간은 2030년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은 등록에 필요한 기본 자료조차 확보·정리할 여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물리화학적 특성 자료의 경우 '거의 확보하지 못했다'(21.3%)와 '일부만 확보'(52.5%)를 합치면 준비 부족 응답이 73% 이상을 차지했다. 인체 유해성 자료는 '30인 미만' 사업장 중 '대부분 확보했다'는 응답이 20% 미만에 그쳤으며, '5인 이상 10인 미만' 사업장은 7.7%에 불과했다. 환경유해성 자료는 더 심각해, 화학제품 제조업에서 '대부분 확보했다'는 응답이 4.3%에 그쳤다.
등록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는 '내부 인력·전문성 부족'(68.38점)이 꼽혔다. '참조권 구매 비용'(67.25점)과 '행정·절차적 복잡성'(65.77점)이 비슷한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등록 서류 보완', '공동 등록 협의체 참여' 등 행정적 부담도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우려되는 문제로는 '제품 생산 차질·단종 위험'(62.2%)이 가장 많이 꼽혔고, '대체물질 전환이나 내수 구매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60.8%)이 뒤를 이었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인한 영업 중단 및 철회'를 우려하는 비율이 타 기업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화학물질 등록이 기업 경영 존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부담 완화 방안 중에서는 '비용 바우처·지원금 제도'(67.55점) 도입 효과를 가장 높이 평가했다. '등록 유예기간 연장'(67.40점), '행정절차 및 소량 구간 제출항목 간소화'(67.15점)가 뒤를 이었다. 화평법 이행 전반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는 근로자 수·연 매출액과 무관하게 '경제적 비용'(63.4%)이 가장 많이 꼽혔고, 정책 수요도 '자금 지원'(62.6%)이 최우선으로 꼽혔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1~10톤 구간은 사용량이 적은 반면 가짓수는 많고 사용처가 다양해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며 "10~100톤 구간 등록이 마무리되는 내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1~10톤 구간 등록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합리적인 제도 개선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