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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짜리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전쟁이 터졌다고 가정해보죠. 공사를 중단해도 되는지, 페널티는 없는지 판단하려면 결국 계약서를 찾아봐야 합니다. 문제는 관련 문서가 수만 장에 달한다는 겁니다. 수천억원짜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필요한 근거를 찾기 위해 사람이 여전히 문서를 하나씩 열어보고 있습니다."
백준선 서치독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만나 건설 현장의 현실을 이같이 진단했다. 건설이나 조선,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에는 계약서부터 입찰요청서, 발주서, 설계기준까지 방대한 문서가 따라붙는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문서는 수시로 바뀌고 특정 계약조건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문서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치독은 이처럼 건설사 내부에 흩어진 문서에서 필요한 근거를 찾아 연결해주는 검색 AI를 개발한다. 사용자가 질문하면 관련 문서를 찾아 정보의 출처와 근거를 모으고, 이를 자체 개발한 생성형 LLM(거대언어모델)에 전달해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검색 대상을 문서에서 2D 설계도면과 3D BIM(건설정보모델링)으로 넓혔다.
서치독의 출발점에는 백 대표가 네이버와 AWS를 거치며 쌓은 검색·AI 경험이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조직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이용자의 검색 의도를 분석하고 검색 품질을 높이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후 AWS에서는 생성형 AI·데이터 아키텍트로 기업용 AI 챗봇과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시스템 구축을 주도했다.
생성형 AI가 기업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자 백 대표는 자신의 오랜 전문 분야인 '검색'을 다시 주목했다. 백 대표는 "검색만으로도 네이버나 구글 같은 회사가 탄생할 정도로 검색 자체가 깊은 기술"이라며 "깊은 검색을 AI와 결합하면 특정 산업의 복잡한 문제까지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러 산업 가운데 창업 기회를 발견한 곳은 건설이었다. AWS에서 금융·보험·제조 등 여러 대기업의 AI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대형 건설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다. 백 대표는 "건설 시장은 국내외를 합쳐 규모가 큰 데다 여전히 상당 부분이 아날로그 방식과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었다"며 "아직 누구도 제대로 자동화하지 못한 문제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AWS 재직 당시 국내 대형 건설사와 기술 검증을 진행했다. 검색 AI로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지난해 5월 AWS를 나와 서치독을 창업했다. 공동창업진과 실무진 역시 네이버·AWS·오토데스크 등에서 검색·AI 기술과 건설·설계 도메인의 전문성을 쌓아온 인력들로 구성됐다.
백 대표가 특히 승부처로 꼽는 분야는 BIM이다.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주처의 요구조건과 관련 법규는 문서에 담기지만 실제 결과물은 도면과 3D 모델로 구현된다. 담당자는 문서와 BIM을 일일이 대조하며 규격과 위치 등이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서치독은 이 같은 수작업을 검색 AI로 자동화한다. 계약서·설계기준·법규에서 필요한 조건을 찾아 BIM 속 기둥·창문·설비 등 실제 설계 요소와 연결한다. 이를 통해 '설계가 문서에 명시된 조건을 제대로 지켰는가'까지 AI로 검토하는 게 핵심이다.
설계사는 발주사의 요구조건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발주사는 납품받은 설계가 요구사항과 법규를 충족하는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설계 오류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발생하는 재작업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자재나 부품이 바뀔 때 발생하는 설계 변경도 주요 적용 분야다. AI가 관련 계약조건과 설계기준을 찾아 변경된 설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결과를 리포트로 만든다. 백 대표는 "기존에는 변경 한 건을 검토하는 데 1~2개월이 걸리기도 했지만 서치독을 활용하면 관련 정보 검색부터 검토 결과 리포트 작성까지 2~3일 안에 끝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AI로 BIM을 이해하는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현재는 도면에서 특정 요소를 찾아내는 수준에 머무는 기술이 많은 반면 서치독은 여러 문서에 흩어진 요구조건을 찾아 연결하고 이를 실제 3D 설계와 대조해 충족 여부까지 검토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기존의 단순한 '도면 탐색'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서와 BIM을 함께 이해하는 검색 기술을 구현한 것이 차별점이다.
서치독은 이미 PoC(기술검증)를 넘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공공 인프라 관련 기관과 PoC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건설사들과도 사업을 논의 중이다. 내년 1분기부터는 미국 진출에도 본격 나선다. 중장기적으로 회사는 건설에서 검증한 검색 기술을 반도체·조선·철강·방산 등 문서와 설계 도면을 함께 다루는 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치독의 최종 목표는 AI가 문서에 담긴 조건을 이해해 도면과 BIM을 직접 수정·생성하는 '설계 자동화'다. 지금은 AI가 문서와 설계를 연결해 오류와 변경사항을 찾아내는 단계라면, 앞으로는 발주조건과 법규, 제품 사양을 파악해 이를 설계에 직접 반영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백 대표는 이를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바꾼 것에 비유했다.
그는 "앞으로는 건축물이든 배든 장비든 설계자가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직접 그리지 않을 것"이라며 "AI가 발주사의 요구조건을 이해해 도면을 만들고 변경사항까지 반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