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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고전하는 2류 기업이다. 비윤리적이고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거물 벤처캐피탈리스트 비노드 코슬라가 자신이 투자한 AI(인공지능) 코딩 스타트업을 공개 비판하면서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술렁이고 있다. 투자자가 포트폴리오 기업을 깎아내리는 이례적인 상황에 벤처캐피탈(VC) 업계의 투자 윤리와 이해상충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8일 비즈니스인사이더와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코슬라벤처스 창업자인 코슬라는 최근 SNS(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AI 코딩 스타트업 팩토리(Factory)를 '고전 중인 2류 경쟁사(struggling second tier competitor)'라고 비판했다. 팩토리 창업자 마탄 그린버그 CEO(최고경영자)를 향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코슬라벤처스가 팩토리의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코슬라벤처스는 올해 4월 팩토리의 1억5000만달러(약 2008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주도했고, 지난달에는 2억달러 규모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했다. 팩토리는 당시 기업가치 50억달러(약 6조7000억)를 인정받았다.
코슬라벤처스는 팩토리의 경쟁사 코그니션(Cognition)에도 투자하고 있다. AI 코딩 에이전트 '데빈'을 개발한 코그니션은 지난달 20억달러 이상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480억달러(약 64조원)를 인정받았다. 팩토리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 '드로이드'를 제공한다.
한 VC가 경쟁사 두 곳에 동시에 투자한 상황에서 한쪽을 공개 비판하고 다른 한쪽을 옹호한 셈이다.
진실 공방에 코슬라까지가세…수면위로 떠오른 VC 중복투자 문제
갈등의 발단은 팩토리 이사회 자문역이었던 크리스 데그넌의 코그니션 이직이다. 데그넌은 클라우드 데이터 기업 스노우플레이크에서 약 11년간 최고매출책임자(CRO)를 지냈다. 이후 팩토리 투자사 RPT파트너스의 파트너로 합류해 팩토리 이사회에 자문을 제공해 왔다.
지난달 30일 그린버그 CEO는 데그넌이 팩토리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경쟁사 코그니션 경영진과 접촉했다며 기밀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데그넌을 이사회 자문역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데그넌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해임된 것이 아니라 코그니션 이직 사실을 알리며 자진 사임했으며, 기밀정보를 유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코그니션의 스콧 우 CEO 역시 팩토리 내부정보를 확보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코슬라까지 공방에 가세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그는 데그넌을 옹호하며 오히려 그린버그 CEO가 해임 사실을 거짓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실리콘밸리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잇따라 반발했다.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 공동창업자 팔머 럭키는 "그들이 고전하는 2류 기업이라면 왜 불과 몇 주 전 수십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했느냐"고 반문했다. 앰플리튜드의 스펜서 스케이츠 CEO도 창업자들이 코슬라에게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비판했다.
코슬라벤처스 내부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키스 라보이스 매니징디렉터는 이사회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에서 경쟁사 채용 면접을 보는 행위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며 팩토리 측에 힘을 실었다.
이번 사건은 AI 투자 열풍 속에서 경쟁 스타트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VC의 이해상충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과거 VC업계에서는 경쟁사 중복 투자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으로 여겼지만, 최근 AI 시장에서는 유망 기업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AI와 앤트로픽이다. 세쿼이아캐피탈과 파운더스펀드는 AI 기초모델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기업 모두에 투자했다. 지난 6월 와이어드가 피치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양쪽 모두에 투자한 투자자는 약 90곳에 달했다. 세일즈포스벤처스 역시 경쟁 관계인 AI 기업 코히어와 미스트랄AI 양쪽에 투자했다.
"우주선 만들던 스페이스X 출신들, 이번엔 철도 혁신"…1억달러 유치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미국 스타트업이 자율주행 화물열차 기술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미국 자율주행 철도 스타트업 패러렐시스템즈(Parallel Systems)는 최근 1억달러(약 1338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AVP가 주도했으며 힐스파이어, 애질리티글로벌, 코발트캐피탈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앤토스캐피탈, 콩그루언트벤처스, 라이엇캐피탈, 컬래버러티브펀드도 후속 투자에 나섰다.
2020년 설립된 패러렐시스템즈는 스페이스X에서 로켓 항공전자 시스템을 설계했던 맷 소울 CEO와 동료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기업이다. 기관사 없이 운행하는 배터리 기반 자율주행 철도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 제품인 '팬서(Panther)'는 수톤의 화물을 싣고 최대 500마일(약 805㎞)을 자율주행할 수 있다. 개별 운행은 물론 여러 차량이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이동하는 군집주행도 가능하다.
기존 화물철도는 여러 화차를 길게 연결한 장대열차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운행해 왔다. 대량 운송으로 고정비를 분산해 운송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지만, 화물량이 적거나 운송 거리가 짧은 구간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미국 전체 화물 운송 건수의 약 60%는 500마일 미만의 단거리 구간에서 발생하며, 상당 부분을 트럭이 담당한다. 패러렐시스템즈는 자율주행 기술로 기존 철도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단거리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팬서는 차량 간 연결장치가 없어 철도 거점에 도착하면 인력 투입 없이 개별 차량으로 분리돼 이동할 수 있다. 센서로 선로 전방의 장애물을 감지하고 배터리로 구동돼 운행 중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트럭 운송업체와의 협력도 추진한다. 항만에서 고객사 인근 철도 거점까지 자율주행 철도로 화물을 운송하고, 트럭이 최종 배송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트럭 업체는 혼잡한 항만을 오가는 시간을 줄여 하루 운송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철도가 기존 물류업체의 운송 효율을 높이는 협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용화 준비도 진행 중이다. 패러렐시스템즈는 미국 연방철도청(FRA)으로부터 조지아주 서배너항 인근 운행 승인을 받아 약 160마일(257㎞) 선로에서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조만간 첫 상업용 화물 운송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을 3세대 팬서 차량의 양산 체계 구축과 상용화 확대에 투입할 방침이다.
"막힌 바이오 투자 혈 뚫릴까"…네덜란드 VC, 3.5조 실탄 확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바이오 VC 중 하나인 포비온(Forbion)이 대규모 신규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유럽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 속에 이뤄진 올해 유럽 최대 규모의 생명과학 VC 자금 조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바이오 전문지 피어스바이오텍 등에 따르면 포비온은 최근 총 23억유로(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했다. '포비온 그로스 오퍼튜니티스 펀드 IV'와 '포비온 벤처스 펀드 VIII' 등 2개 펀드를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바이오기업 약 30곳에 투자할 예정이다.
출자금의 60%는 유럽, 40%는 북미 투자자로부터 확보했다. 주요 출자자(LP)로는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MN과 PGGM, 독일 국책 투자기관 KfW캐피탈,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 등이 참여했다. 이번 펀드 조성으로 포비온의 AUM은 2년 전보다 약 50% 늘어난 75억유로(약 11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자금 조달은 유럽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GSK, 노바티스, 로슈, 사노피 등 유럽 주요 제약사 9곳의 이사회 의장들은 '유럽은 제약 투자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Europe Is Losing the Pharma Investment Race)'는 제목의 공동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럽의 글로벌 제약 R&D(연구·개발) 비중이 1990년 43%에서 현재 31%로 하락하고, 상업적 임상시험 점유율도 10년 사이 절반 수준인 9%까지 떨어졌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산업 육성 경쟁 속에 유럽의 입지가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유럽 각국 정부에 의약품 분야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샌더 슬루트웨그 포비온 공동창업자 겸 매니징파트너는 "유럽에서 더 많은 자본을 공급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며 "이번 자금 조달은 그러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초기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