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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기술이 남긴 문제를 함께 생각하고, 이를 다시 기술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혁신에는 이제 시대적 책임이 따르고 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 대표는 15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제13회 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서 AI (인공지능) 시대 '기술 낙관주의'를 이같이 정의했다.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단정하는 소모적 논쟁 대신 기술의 방향과 쓰임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이날 데모데이에는 사이버 보안부터 에너지, 자원순환, 식량, 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과 사회의 난제에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 12곳이 무대에 올랐다. 모두 블루포인트가 최근 3년 이내 투자한 기업으로, 벤처캐피탈(VC) 등 전문 투자기관과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 300여명 앞에서 기술력과 사업모델,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AI가 만든 위험, AI로 막는다"…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눈길
최근 금융권의 대규모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AI를 활용한 사이버 위협이 심화되면서, 이날 데모데이에는 사이버 보안 기업 오아시스시큐리티와 에임인텔리전스가 주목받았다.
김근용 오아시스시큐리티 대표는 "사이버 보안은 공격하는 쪽보다 방어하는 쪽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구조"라며 "최근에는 AI가 사이버 공격을 자동화하면서 공격자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아시스시큐리티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기존 보안 방식에서 벗어나, 해커가 공격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부터 위협을 탐지하는 선제적'보안 기술을 개발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에서 해커 추적 기술을 연구하던 인력들이 창업한 기업으로, AI를 활용해 전 세계 해커 서버를 추적하고 공격자의 활동을 분석한다. 회사는 현재 정부·군·수사기관과 해외 정보기관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공공 분야에서 검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민간 보안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에임인텔리전스는 AI 모델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통제하는 보안 플랫폼을 개발한다. 생성형 AI의 환각과 편향, 개인정보 유출 등 취약점을 자동으로 진단하는 '에임 레드', 실시간 입출력 정보를 감시하는 '에임 가드', AI 에이전트의 판단 과정을 감독하는 '에임 슈퍼바이저' 등이 주요 솔루션이다.
유상윤 에임인텔리전스 대표는 "AI는 이제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직접 행동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 내부에도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서 AI의 성능뿐 아니라 안전성과 통제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우주·로봇부터 식량문제까지…산업 난제 해결 나선 '어벤져스'
우주 분야에서는 소형 군집위성용 전기추진시스템을 개발하는 코스모비가 발표에 나섰다. 위성의 궤도와 위치를 조정하는 저전력 전기추력기 '허니비'를 앞세워 군집위성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창업 3년도 채 되지 않아 누리호 4차 발사에 홀추력기를, 5차 발사에는 핵심 부품인 할로우 음극 모듈을 탑재해 우주 환경에서의 기술 검증 이력인 '스페이스 헤리티지(Space Heritage)'를 쌓았다.
AI와 로봇을 활용해 제조·연구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업들도 소개됐다. 리프라이즈는 협동로봇과 AI를 활용해 의류 봉제 공정을 자동화하고, 아스트랄큐는 AI가 신소재 합성 조건을 예측하면 로봇이 실험과 측정을 수행하는 클라우드랩을 개발한다. 디든로보틱스는 피지컬 AI 기반 로봇으로 조선소 등 산업현장의 고위험·고강도 작업 자동화를 추진한다.
식량 문제 해결에 나선 메가플랜은 빛과 수온을 조절해 계절에 관계없이 고등어를 산란시키는 기술을 소개했다. 유철원 메가플랜 대표는 "고등어 전주기 양식 기술을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완성했고, 연중 산란 기술은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며 "올해 5월부터 이마트에 양식 고등어를 납품하고 있으며, 일본 미쓰비시와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자원순환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들도 무대에 올랐다. 엔포러스는 고온수전해 기술을 활용해 청정수소 생산비용을 낮추는 솔루션을, 리피유는 폐폴리우레탄을 저온·상압 조건에서 분해해 재생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K뷰티와 K패션 등 소비자 시장을 공략하는 딥테크 스타트업도 눈길을 끌었다. 마케마케는 경수로 인한 피부·모발 문제를 해결하는 뷰티 브랜드 수(SOOO)를, 킨도프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의류 제조 솔루션을 소개했다.
연구실 기술, 창업·투자로 연결…공공기술 사업화 앞장
특히 이번 데모데이는 블루포인트가 정부의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로 선정된 이후 처음 개최한 행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이 전문기관으로 참여하는 이 사업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공공기술을 발굴해 창업·보육부터 후속 투자까지 사업화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이번 참가기업 상당수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거나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다. 카이스트(KAIST) 휴보랩 출신 디든로보틱스와 카이스트 연구실 출신 코스모비를 비롯해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리피유,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엔포러스,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출신 오아시스시큐리티 등이 대표적이다.
이용관 대표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우수한 기술이 많이 축적돼 있지만,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비효율이 존재한다"며 "이제는 기술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단순 기술이전에서 창업·투자로 사업화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데모데이에 나선 12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4년 설립된 딥테크 전문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는 시드부터 시리즈 A 단계의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를 진행, 이달 기준 누적 투자 기업은 400곳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