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의지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우주주권 확보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정부의 지원 아래 민간이 기술과 사업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저궤도(LEO) 위성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
김선 한화그룹 우주사업총괄 부사장은 28일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 B홀 플러스 스테이지에서 열린 '제2회 K-우주포럼'에서 "정부가 개발의 주체가 아닌 시장형성의 주체, 즉 서비스 구매자가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저궤도 산업혁명: 우주 생태계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VC(벤처캐피탈)와 우주기업, 학계, 군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산학연정이 함께하는 K-우주포럼은 지난 4월 첫 포럼에서 '우주산업 어디까지 와 있나'를 진단했다.
이날 포럼은 저궤도라는 단일주제를 시장·정책·산업·기술·투자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발사체 자체보다 그 위에 무엇을 싣고 어떤 데이터를 만들며 누가 이를 구매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김 부사장은 우주산업이 국가이익과 안보를 좌우하는 주권의 영역으로 진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주주권 확보의 조건으로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궤도로 발사할 수 있는 자력 우주수송 능력 △위성이 활용할 궤도와 주파수 △민간투자를 끌어낼 안정적인 수요를 제시했다.
한화는 현재 저궤도 기준 연간 2톤 수준인 한국의 우주수송 능력을 2030년까지 연간 100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누리호'와 함께 고효율 액체발사체 'HLV'를 개발해 발사 대기시간을 줄이고 임무·고도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은 "민간의 기술성숙도가 높은 부분은 과감하게 민간에 맡길 필요가 있다"며 "우주주권 확보를 가속하려면 민간자본 유치가 필수다. 정부가 안정적인 서비스 구매자가 되면 민간은 정부 수요를 믿고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로켓발사가 1년에 한 번 있는 전국민적 이벤트가 돼서는 안된다"며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나 역을 오가는 열차처럼 로켓발사가 일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 기조연설은 벤터(Vantor·옛 맥사)의 아시아·태평양 대표인 피터 호킨스 부사장, 정책세션은 권현준 우주항공청 차장이 맡아 깊이 있는 진단을 내놨다. 이후 '레오노믹스: 진짜로 돈 되는 우주경제' 토론세션에선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우주공공팀장을 좌장으로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 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저궤도 사업의 현실적인 수익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마지막 세션에선 저궤도 밸류체인의 변화에 도전장을 낸 국내 스타트업 3곳이 투자자 앞에 섰다. 초소형 고해상도 위성카메라를 개발한 씨에스오, 전기제어 화학추력기로 궤도상 재급유를 겨냥하는 스페이스랩, 우주 위성정비소를 준비하는 워커린스페이스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강호병 머니투데이 대표는 "저궤도는 우주경쟁에서 가장 뜨거운 공간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각축장"이라며 "오늘 포럼이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이자 저궤도 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초석을 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우주는 과거 흥미 위주의 분야였지만 이제 정부의 7대 과제 중 하나로 들어갈 만큼 국가적·전략적 분야가 됐다"며 "국회 과방위에서 예산과 법률, 정책으로 함께 돕겠다"고 약속했다.
K-우주포럼 의장인 이복직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정책이 시장의 방향을 비추면 기업은 지속가능한 사업을 일구고 투자는 그 사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며 "오늘의 논의가 이 세 주체를 더욱 가깝게 잇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