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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에너지 양극재가 깨지면서 생기는 균열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만 고체 전해질로 셀을 만들 수 있고 전고체 전지를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김운혁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에서 전고체 전지에 맞춘 양극재 기술을 발표하며 이처럼 말했다. 고에너지 양극재는 충·방전 과정에서 입자가 깨지는 미세균열 때문에 전고체 전지에서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데 입자를 나노 크기로 바꿔 이 문제를 줄였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배터리 원가에서 소재 비중이 약 75%이고 이 중 양극재가 약 49.5%를 차지한다"며 "전기차를 사면 그 값의 25~26% 정도는 양극재 값을 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흐름은 국내 업계에 불리하다. 값싼 원소로 만든 리튬인산철(LFP) 양극재가 중국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넓히고 있고,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 BYD가 1위에 올랐다. 김 교수는 중국 배터리 전시회를 다녀온 경험을 전하며 "기술이나 가격을 낮추지 않고 이대로 안주하면 정말 산업을 다 뺏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차전지가 드론 등 국방과 직결된 에너지 안보 산업인 만큼 국산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의 수요가 오히려 커진다고 봤다. 자율주행 기능이 늘면 차량 전력 소모가 커지고, 공간이 좁은 로봇과 드론은 작은 부피에 많은 에너지를 담아야 한다. 데이터센터에 순간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 백업 장치(BBU)는 가격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 우선이다. LFP는 저렴하고 열적 안정성이 높지만 국내가 주력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층상계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
층상계 양극재는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용량이 늘지만 수명과 열적 안정성은 떨어진다. 김 교수는 니켈 함량을 30%에서 100%까지 높인 소재를 비교하며 "니켈·코발트·망간 비율만 바꿔서는 용량, 수명, 열적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소재에 도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수명이 줄어드는 원인은 미세균열이다. 충·방전을 반복하면 지름 약 10마이크로미터의 구형 양극재 입자가 깨지고, 그 틈으로 전해질이 스며들어 부반응이 일어난다. 김 교수는 "미세균열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양극재에 든 산소, 불에 잘 타는 유기계 액체 전해질, 단락 시 생기는 불꽃이 겹치면 불이 날 수 있다. 김 교수는 "양극재에서 산소가 공급되기 때문에 물로 끌 수 없고 완전히 탈 때까지 계속 탄다"며 "불을 원천 차단하려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 전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 목표는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 액체 전해질은 양극재를 잘 감싸지만 고체 전해질은 고체와 고체가 맞닿는 계면이 떨어지기 쉽다. 미세균열로 한 번 떨어진 계면은 되돌릴 수 없다. 실제로 고에너지 양극재를 고체 전해질과 함께 쓰면 용량과 수명이 모두 크게 낮아진다.
김 교수 연구팀은 양극재 입자를 나노 크기로 만들어 균열을 일으키는 스트레스를 완화했다. 개발한 소재는 300회 충·방전 뒤에도 초기 용량의 90% 이상을 유지했고, 드론 이착륙처럼 순간적으로 큰 출력이 필요한 고속 충·방전에서도 상용 소재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충·방전을 마친 전극을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본 결과 상용 소재는 고체 전해질과의 계면이 깨져 있었지만 개발 소재는 형태가 유지됐다.
사업화 측면의 장점도 내세웠다. 김 교수는 "첨가 원소(도펀트) 하나만 넣으면 기존 설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자 형상을 제어하면 전고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며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특허와 기술이전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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