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난 회사 CEO, "주가는 제발 잊어라"

강상규 소장
2015.08.30 11:00

[행동재무학]<107>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엔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 필요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회사 주가가 반토막이 났어. 1월 부턴 연일 최저가야..."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반토막이 나면 회사 CEO는 물론이고 직원들도 의기소침해지고 불안감에 휩싸인다. 물론 투자자들은 투자손실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른다.

과거 외환위기 때 은행을 다녔던 필자도 그 당시 연일 추락하는 회사 주가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씁쓸한 기억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거래처나 고객들이 저마다 "은행이 이러다 망하는 건가요?"라고 한마디씩 물어보는데 멀쑥해져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얼버무린 적이 많다. 가족들은 월급이 계속 나오는건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필자를 바라보기도 했다.

회사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 일단 직원들의 어깨가 축 처진다. 거래처나 고객을 대할 때 자신감과 당당함이 사라지고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주가가 연일 상승할 땐 회사 CEO와 직원들은 완전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가족 명의로 회사 주식에 투자한 직원들은 경제적 손실로 마음 고생이 배가 된다.

세계 최대 인터넷 커머스업체인 중국의 알리바바는 요즘 주가 급락으로 직원들의 동요가 심심치 않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IPO)로 전 세계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던 터라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당시 68달러의 공모가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 주가가 120달러까지 올랐으나 이번주 초 24일 장중에 58달러까지 폭락, 최고치 대비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58달러이면 공모가에 비해서도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알리바바 주가는 중국정부의 규제 강화, 실적 전망치 미달, 짝퉁 제품 거래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지난 1월 이후 줄곧 약세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증시의 폭락사태와 중국경제의 저성장 우려와 맞물려 알리바바 주가는 형편없이 곤두박질쳤다.

기업공개 후 1년이 되는 다음달이면 소프트뱅크 등 대주주의 보호예수(lock-up) 기간이 만료돼 대규모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로 악화되자 알리바바의 대니얼 장(Daniel Zhang) 대표는 동요하는 직원 달래기에 서둘러 나섰다. 그는 주가가 반토막난 그 다음날 곧바로 직원들에게 “(폭락한) 회사 주가는 잊고, 업무에 집중해 달라”며 알리바바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난해 마윈 회장이 천명한 '102년 성장 목표'를 상기시키며 회사의 장기 비전은 향후 102년 이상 존속하는 것이므로 하루하루의 주가 등락에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대신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주목해 달라며 그렇게 하면 궁극적으로 회사 주가는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알리바바는 은행에 수 천억 위안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회사의 우량한 재무상태를 자랑하고 알리바바의 기업가치는 매일매일의 주가 등락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는 중국 경제에 믿음을 갖고 있다"며 회사 외부의 거시적 환경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를 무마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장 대표의 말은 단순히 직원들뿐만 아니라 그 보다 더 많은 주주들, 그리고 거래처를 향해 던진 메시지다. 회사 주가가 크게 하락할 때 회사 대표가 나서서 불안해하는 주주들과 직원들을 달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이때 중요한 건 대표의 메시지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느냐다. 즉 아무나 쉽게 말할 수 있는 메시지는 상대방이 진정성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무학에선 회사가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행위를신호이론(signaling theory)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진정성이 높은 메시지가 되려면값비싼 신호(costly signal)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이익창출능력이 향후 개선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고자 할 때 그냥 말로만 하면 시장은 믿지 않는다. 이때 만약 회사가 배당을 늘리는 행위를 같이 한다면, 시장은 회사의 메시지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말뿐이 아닌 뭔가 구체적인 행위가 수반되면 시장에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선 그런 행위들이 모두 돈이 드는 거라 '값비싼' 행위가 된다.

회사 주가가 하락해 시장에서 본질가치보다 낮게 평가받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는 몇가지 행위를 취할 수 있다. 가령 배당 증액이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수 있다. 또 회사 대표나 임원 등이 스스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현재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40%가 넘게 주가가 하락한LG전자의 경우엔, 지난 7월말을 전후해 여러 명의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값비싼 신호를 던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알리바바 장 대표의 메시지는 주주와 직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를 냈을까? 재무학의 신호이론에서 보면, 장 대표의 메시지는 값비싼 신호는 아니다. 그러나 우연인지는 몰라도 24일 장중 58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그 다음날 부터 반등, 그 이후 6.5% 오르며 한 주를 마감했다. 다만 이 기간 뉴욕 나스닥지수가 6.7% 올랐기에 알리바바 주가 반등이 장 대표의 메시지와 관련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한국증시에도 주가가 반토막난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회사 CEO가 직접 나서서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노력을 보이는 경우를 보기란 극히 드물다. 한마디로 책임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CEO가 주주들을 무서워하거나 직원들을 걱정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최소한 "우리 회사는 앞으로 100년 이상 성장할 것이니 매일매일의 주가 등락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당부의 말이라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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