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씨앤에프가 정몽혁 회장 장남 정두선 차장을 부장으로 승진시키고, 소속을 지주사로 옮겨 독립체제 강화에 나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씨앤에프그룹은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내부 인사 규모를 확정하고, 정두선 현대종합상사 법무팀 차장을 부장으로 승진시킨다. 1989년생인 정두선 차장은 지난해 9월 입사한 지 1년4개월여만에 부장 직급을 달게 됐고, 소속도 현대종합상사에서 현대씨앤에프로 옮길 예정이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현대중공업은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현대씨앤에프와 현대종합상사 계열분리를 골자로 한 주식 매각을 결정했다. 현대종합상사 주식 256만2000주(19.37%)는 현대씨앤에프에게, 현대씨앤에프 주식 111만4463주(12.25%)는 정몽혁 회장에게 각각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총 1194억원이다.
이날 주식 매각으로 현대종합상사는 현대씨앤에프(19.37%)가, 현대씨앤에프는 정몽혁 회장 측이 21.15%(기존 지분 8.30% 포함)를 보유해 각각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회장이 현대씨앤에프를 지배하고, 현대씨앤에프가 현대종합상사를 계열사로 두는 새로운 지주회사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내년 정두선 부장의 지주사 배치는 오너 일가의 지배체제 강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정몽혁 회장은 보유한 자금이 부족해 현대종합상사를 계열분리 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과 정몽혁 회장은 지난 10월 현대종합상사의 브랜드사업부와 육류유통사업부만을 물적 분할 해 현대씨앤에프를 만들었다.
분할 당시 존속회사인 현대종합상사가 차입금 전액을 승계하는 등 기존부채 대부분을 떠안아 분할 전 243.2%였던 부채비율은 분할 후 407.2%로 급증했다. 반면에 신생 현대씨앤에프는 부채비율 4.8%, 차입금의존도 0% 등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게 됐다.
현대씨앤에프로 이관된 브랜드사업은 종합상사 대표 '알짜사업'이다. 현대종합상사 브랜드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187억9300만원으로 전체 비중이 3.5%이지만, 영업이익은 97억8900만원으로 25.16%를 차지했다.
정두선 차장은 급식케이터링업체 현대에쓰앤에쓰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현대에쓰앤에쓰는 정몽혁 회장 부인인 이문희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주요주주는 정몽혁 회장 장녀 현이씨(16%), 차남 우선씨(17%)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씨앤에프 육류유통사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월 현대중공업(40%), 현대미포조선(35%), 현대오일뱅크(15%)가 보유하던 현대자원개발 지분 전량도 현대종합상사로 이관해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원개발 지분 이관부터 현대씨앤에프 설립까지 진행된 과정은 정몽혁 회장 일가의 계열 분리를 위한 선행 작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 악화에 따른 현대중공업의 현금 유입 필요성, 정몽혁 회장의 보유 현금 부족 등이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