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의 디트로이트...'깨진 유리창'이 사라진다

디트로이트(미국)=장시복 기자
2016.01.18 06:03

[르포]'파산 극복 1년', 경기 회복세로 국내 車부품업체들도 진출 활발

디트로이트 시내의 한 폐교. 깨진 유리창을 복구한 흔적이 보인다. /사진=장시복 기자

"저 폐교 보이시죠. 지금은 유리창문이 달려 있잖아요. 얼마 전까지 만해도 깨진 채 수년째 흉물로 방치됐었는데 많이 달라졌죠."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도심의 한 슬럼가를 지나다 가이드에게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묻자 돌아온 말이다.

◇"바닥 찍었다" 현지인들 '긍정 기운' 감돌아=날개없이 추락하던 도시가 이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정부의 '깨진 유리창 없애기' 작업은 디트로이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보여준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렸다. 하지만 이곳에 기반을 둔 미국 '빅3' 자동차 그룹들이 고전하면서 도시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50년대 180만명에 가까웠던 도시 인구는 현재 70만명도 안된다. 영화 '로보캅' 속 무법 현장도, 갱스터 힙합이 흐르는 '8마일' 속 어둠의 공간도 디트로이트가 배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결정타를 날렸다. 급기야 2013년 7월 시정부는 파산을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15개월 만인 2014년 12월에야 비상구를 탈출했다.

디트로이트의 한 낙후 주거지/사진=장시복 기자

파산 극복 약 1년째를 맞은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의 코보센터 내 '북미국제오토쇼' 전시장에는 여느 전시 때보다 화려한 고급세단 신차들이 주목 받았다. 저유가 기조에 미국 경제의 활황이 맞물린 결과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인파가 끊이지 않는 전시장 바깥 거리 풍경은 완연히 활기가 느껴졌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분위기가 달랐다는게 현지 주민들의 말이다.

◇도심 곳곳 '리모델링', 지표상 호전 뚜렷=도심 곳곳에는 건물 신축이나 리모델링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홀푸드나 세븐일레븐 같은 유통점들도 속속 새로 매장을 열었다. 코르크타운의 한 호텔 직원은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표상으로도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와 주변부를 포함한 '메트로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 17.5%까지 솟구쳤지만, 지난해에는 위기 이전 수준인 약 5%까지 내려갔다.

이 지역의 연간 총생산(GDP)은 2009년에는 1863억 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400억 달러를 웃돌며 최근 15년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인구감소율도 연평균 2.5%였지만 지난해 1%대로 낮아졌다.

이는 미국의 대표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의 부활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미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747만여대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사진=장시복 기자

◇국내 車부품업체들 디트로이트 진출 '러시'=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디트로이트 진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전병제 코트라(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은 "전반적인 경제 지표가 모두 긍정적인 상황이어서 미국 자동차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우리 기업들에 있어 진출 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도 좋아 2007년 만해도 우리 차부품기업 30여 곳이 수출했지만 현재는 약 100여 곳이 현지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디트로이트 시내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미시간 공장/사진=장시복 기자

다운타운에서 5㎞ 떨어진 웨스트포트의현대모비스미시간공장에선 쉴 틈 없이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었다.

크라이슬러의 주력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닷지 듀랑고'에 들어가는 섀시모듈(자동차 차대)을 만드는 기지다.

2010년 가동을 시작한 미시간공장에서 첫해 생산 물량은 10만5000대였지만, 지난해 약 37만대까지 물량이 증가했다. 거래처인 크라이슬러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면서 발주량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박진우 현대모비스 북미법인장(이사)은 "미국 자동차 시장이 계속 판매 호조세여서 부품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적극적인 영업 활동으로 다른 미국 완성차 업체도 고객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병제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왼쪽)과 박진우 현대모비스 북미법인장/사진=장시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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