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 담당 직원도 김영란법 대상 언론인?"

임동욱 기자, 박종진 기자, 김성은 기자
2016.07.12 05:01

[김영란법 이대로 괜찮나-기업 표정]

[편집자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80일도 남지 않으면서 기업 관가 등 관련 '현장'에서는 궁금증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호한' 법규정을 시행령이 완전히 해소해 주지 못하고 명쾌하게 책임 있는 답변을 해 주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은 자칫 부정청탁의 '근원지'로 몰릴수 있어 극도의 몸조심에 나서고 있다. 경제활동 위축,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 표적수사 등 남용 가능성 등 우려되는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게 현장의 목소리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현장의 고민과 의문점을 들어봤다.

A기업 홍보담당자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주요 전시회에서 전세계 바이어 및 미디어에 신제품 및 솔루션을 알리는 것은 그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이를 위해 A기업은 매년 국내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취재단을 꾸려왔다. 전시회 취재를 희망하는 언론사가 출장자의 왕복 비행기 요금을 부담하면, 현지 교통 및 숙박은 기업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는 "사실 해외 전시회에서 이같은 지원을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마케팅 활동"이라며 "(미디어에) 현지 취재 편의를 제공해 우리 신제품이 보다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식사 등의 서비스는 허용한다고 했지만 이를 어느 범위까지 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B기업은 올해 하순으로 예정했던 기자단의 해외법인 현장 방문을 9월 이전으로 앞당겨 진행키로 했다.

중견 C기업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또는 해외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간담회 또는 전시회를 연다고 하면 언론사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현지 취재에 나설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 같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홍보수단으로 이런 행사를 한다고 하면 그 비용을 감당하고 올 미디어가 과연 얼마나 있겠나"고 반문했다.

홍보, 대관을 맡은 기업 담당자들은 김영란법이 너무 '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찾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구체적인 행동 규범이 있어야 마음 놓고 대외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것.

D그룹 관계자는 "시행령 외 법적 권위가 있는 다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이 없어 앞으로 일일이 유권해석을 받아서 행동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기업들은 우선 '직무 연관성'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해당 기업을 취재하는 기자로서가 아니라, 친구, 선·후배로서 식사를 함께 하거나 선물을 주고 받는 것까지 법의 제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동창회 등 개인적인 모임에 참석해 골프를 치고 식사를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되는지,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나 친인척이 법 적용 대상인데 자녀 결혼식 축의금으로 10만원 이상 냈다면 처벌을 받는지 등도 궁금해 하고 있다.

대관 담당자들은 정무부처 위원회의 자문위원도 공직자로 분류되는지를 궁금해 했다.

사보나 웹진 등을 제작하는 직원들이 법 적용 대상이 되는지도 관심이다. 김영란법은 '정기간행물사업자'를 언론사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보나 웹진 등도 정기간행물에 포함시켜야 하냐는 것.

이밖에 기업들이 '헷갈린다'고 꼽은 사례는 △기업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법의 기준을 각각 만족하는 식사(3만원)와 선물(5만원)을 동시에 제공했다면 △일반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제공한 식사와 선물을 공직자나 기자 등이 받았다면 △1인당 2만9000원짜리 식사를 하고 주변 카페로 이동해서 5000원짜리 커피를 마셨다면 △골프장이 회원권 가격을 대폭 높이는 대신 라운드 비용을 5만원 이하로 낮춰도 처벌을 받게 되는지 등이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라는 지침을 알려주기도 어렵다"며 "당분간 몸을 사리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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