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한항공 ‘테크센터’. 미국 보잉사(社) 직원 10여명이 상주하며 말 그대로 ‘현미경’ 점검 중이다. 부품 소재부터 공정까지 꼼꼼히 체크하며 본사에 보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보잉 787-9의 부품 3가지는 전 세계에서 대한항공만 제작한다. 문제가 생기면 대당 2억달러(2300억원)의 787-9 제작이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대한항공은 항공업계에서 ‘꿈의 항공기’(드림라이너)로 불리는 보잉 787-9의 일부 구조물(조각)을 직접 만든다. 2004년부터 보잉의 787-9 제작과 설계 작업에 참여한 대한항공은 부산의 테크센터에서 5가지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날개 끝 곡선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 ‘후방 동체(After Body)’, 날개 구조물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은 전 세계에서 대한항공이 독점 생산한다. 보잉사가 보통 2곳 이상에서 부품을 생산해 공급받는 것을 감안하면 대한항공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인 것이다.
◇‘꿈의 조각’ 만드는 새마을공장, 공기질까지 관리=지난 17일 부산 김해공항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테크센터를 찾았다. 1976년 총면적 71만㎡(21만평)에 세워진 테크센터의 또 다른 이름은 '새마을공장'이다. 항공기 정비 및 부품 생산으로 인해 방산시설로 분류되자 보안상의 이유로 관계자들이 한동안 '새마을공장'이라 불렀다.
새마을공장은 최근 ‘꿈의 공장’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글로벌 항공기 부품시장에 도전한 대한항공은 각종 항공기 제작 사업에 참여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2004년부터 개발에 참여한 보잉 787-9은 이달 말 대한항공에 1호기가 인도될 예정이다.
보잉 787-9은 다른 항공기와 달리 탄소·유리섬유 등이 섞인 복합재가 주로 사용된다. 기존 알루미늄 소재보다 더 단단하고 가볍지만 대신 다루기가 까다로운 소재로 정평이 나있다. 혹시나 공기에 이물질이 있을까봐 복합재 배합 장소는 기자에게 개방하는 시간도 짧았다.
제작되는 부품은 배합된 복합재를 층층이 쌓아올리며 틀을 잡은 뒤 오븐에 굽는 과정을 거쳤다. 공장에는 총 5개의 오븐이 있었는데 36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며 굽는 시간에는 짧게는 3시간, 길게는 2일이 걸린다.
구워진 부품은 구멍을 뚫거나 주변을 마감하는 과정을 거치고 페인팅하는 과정을 거치며 완성된다. 복합재 부품은 보통 10여단계의 공정을 거치며 제작기간은 수일에서 수주가 걸린다. 완성된 부품은 미국 보잉사로로 바로 보내지거나 일본의 가와사키, 후지중공업 등에 보내져 조립에 사용된다.
류화수 항공우주사업본부 생산팀장(부장)은 "대한항공이 직접 운용하는 기종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복합재 부품은 일반 부품보다 20~30% 가벼워 항공기 연료 사용 절감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부문 2025년 매출 3조 목표=대한항공은 현재 매출 1조원 규모인 항공우주사업본부를 2025년까지 3조원대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항공기 정비·제작 사업이 날로 커지고 있고, 영업이익률도 10% 정도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올해 초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테크센터를 방문해 직접 정비 및 생산라인을 돌아봤다. 조 사장은 조만간 테크센터를 다시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크센터는 민항기 제작 외에도 무인기·연구개발 사업, 정비 사업 부문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편에선 무인기 개발에 한창이었다. 사단정찰용 무인기는 이미 개발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로 올해 중순 실전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재춘 사업계획팀장(부장)은 "군용기 사업이 내년에 크게 성장할 것 같다"며 "사단 무인기가 양산돼 군에 납품되는 등 수주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과 군용기 정비도 40여년 동안 기술력을 쌓아올리며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테크센터의 군용기 정비공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크다. 공장에서는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한 미국 해병대 헬기와 F-15 전투기가 내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정비를 받고 있었다.
도현준 항공우주사업본부 부본부장(전무)은 "테크센터는 대한민국에서 항공 산업을 최초로 시작한 장소"라며 "대형 무인기사업을 진행하는 등 미래 항공산업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