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벌룬 같은 거 일절 안 띄웠습니다. 공장동 실내에서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삼성전자가 최첨단 3차원 V낸드 제품의 양산을 시작한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사(史)의 기념비적인 날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축구장 약 400개 크기(289만㎡, 87만5000평)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4세대 64단 V낸드를 본격적으로 출하하기 시작했다.
2015년 5월 공사를 시작해 2년여 만에 완공한 것이다. 고덕산업단지는 기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화성사업장(약 159만㎡)보다 두 배 가까이 넓다. 단지 내 남은 부지에 반도체 라인을 두 개 정도 더 만들 수 있다.
공장에는 축포가 터지는 등 대대적인 행사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눈대중으로 봐도 얼추 100미터 이상 높이의 거대한 크레인 12대가 평소처럼 서서히 움직이며 공장동 동쪽의 외벽 마무리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공사 현장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공사의 전반적인 상황 등 진척도의 경우 일종의 기업비밀인 만큼 외부관람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양산식을 멀리서나마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찾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이지만, 사전에 등록을 하지 않아 정문(게이트 1)을 통과할 수 없었다. 반대로 내부에서 나오는 차량 역시 직원들이 일일이 트렁크를 열어 확인하거나 하부에 스캐너로 검색하는 등 보안 수준이 상당했다.
현장 관계자는 "본사에서 승인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며 "출하식이라고 특별하게 초청된 외부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착공 후 2년여 만에 완공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은 크게 공장동과 사무동, 복지동으로 구분된다. 기념행사가 예정된 오전 11시쯤이 되자 권오현 부회장이 타고 있는 검은색 벤츠와 함께 에쿠스, 제네시스 등 임원들의 세단 차량이 줄지어 정문을 통과해 공장동 앞 주차장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양산식에는 권 부회장과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 등이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권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증설에 향후 5년 동안 21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평택 신공장 건설에 들어간 자금까지 더하면 총 37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전후방 산업의 직·간접 파급 효과는 5년 동안 고용창출 44만명, 생산유발 효과 163조원으로 전망된다. 평택 신공장 1기 가동으로만 협력사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 15만개가 생긴다.
권 부회장은 출하식에서 "평택 반도체 단지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간단한 격려사를 하고 임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1시간가량 점심을 먹으며 메모리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기공식 때만 해도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박근혜 당시 대통령,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공재광 평택시장 등이 모두 찾아 발파식까지 한 것과 비교할 경우 조촐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출하식을 조용하게 넘어가는 것은 '총수 공백' 상황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