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유가 상승에 '긴장'하고 있는 산업계

기성훈 기자
2018.06.03 15:31

[널뛰기 油價]②항공·해운, 연료비 부담에 '울상'-정유·화학, 수요 줄어 수익성 악화-해양플랜트 희망 조선업계 반색

[편집자주] 지난주 전국 휘발유 1리터당 평균가격 1600원대. 3년 5개월만의 일이다. 국제유가도 2년 6개월만에 25달러에서 75달러로 세배가 됐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의 도래 가능성에 원유 100% 수입국인 대한민국의 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유가 100달러 경고등이 켜진 현재 유가 변수와 한국경제가 받게 될 영향을 재점검해 본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원가 부담을 상승시켜 생산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기업들로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쪽은 항공·해운업계다. 연료비 증가가 부담이다. 한 해 연료로 3300만 배럴을 소비하는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3300만달러(약 355억원)의 손실을 입는다. 아시아나항공도 유가 1달러당 약 58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대한항공과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사업계획을 배럴당 유가 60달러 선으로 맞춰 세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평균 유가가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높지 않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를 부과해 비용을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지만 항공권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도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해운사 비용 가운데 연료비 비중은 20%에 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지속해 오르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은 그동안 받지 않았던 유류할증료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체들도 최근 기름값 상승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정유사 실적은 국제유가가 아닌 정제마진(정유업체가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 사들이는 원유의 가격 상승폭보다 파는 석유제품의 가격 상승 폭이 적어 정제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5월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6.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첫째 주 배럴당 9.9달러에 달했던 정제마진은 유가 상승과 함께 6~7달러대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은 일시적"이라면서 "원재료인 국제유가 상승폭이 석유제품 가격보다 더 커짐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과 소비 위축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도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료가격 상승으로 제품 스프레드(최종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가 줄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제LG화학등 국내 화학업계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유가 강세 등의 여파로 전년 대비 10~20% 가량 하락했다.

일감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는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바다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해양플랜트와 초대형 유조선 등 원유 관련 발주 증가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채굴 손익분기점이 높아지면 조선 산업 부실의 주범인 해양플랜트 사업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가 상승은 특히 기업들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석유제품 제조원가는 7.5%의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 등의 산업도 0.1~0.4%의 원가 상승 부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국제 유가 상승은 기업의 원가 부담을 상승시켜 생산·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제품·서비스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