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계파에 속하지 않아 회장이 됐다

한민선 기자
2018.07.15 17:38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④ 20년 만에 비서울대 출신 최정우 후보 낙점…50년 비전 마련한 기획재무통

[편집자주] 창사 50주년을 맞은 '국민기업' 포스코가 변화를 선택했다. 재계 서열 6위 그룹을 이끌어왔던 주류의 교체다. 비(非)엔지니어, 비서울대 출신 최정우 회장의 선택은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인 동시에 도전이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창업이념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그의 앞에 놓인 과제다.

포스코 내부에 세 가지 비공식적인 주류 모임이 있다. 첫째는 생산본부로 현장중심의 기술 전문가 조직이다. 그리고 둘째는 그로 인해 만들어진 서울대 공대 출신의 엘리트 조직이다. 두 계파는 결과적으로 일맥상통한다.

생산본부 출신 서울대 금속공학과가 주축이 된 이 모임에서 다수의 리더십이 배출됐다. 1998년 외부 출신인 김만제 전 회장 퇴임 이후 CEO를 맡은 유상부·이구택·정준양·권오준 회장이 모두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포스코가 제철 중심의 그룹으로 제조 기술의 혁신으로 성장한 것은 이들의 공이 크다. 결과적으로 서울대가 주류가 됐지만 사실 이들은 실력 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상을 차지한 인물들로 평가된다. 제철소장이나 연구소장 출신으로 철강 본업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공로가 있다.

이들 내부에선 지난해 초까지 철강생산본부 본부장을 역임한 김진일 전 사장(용산고-서울대 금속공학과)의 회장 선임을 유력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마케팅 조직이다. 철강업은 고로(高爐)를 건설하면 일정량의 제품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어렵다. 때문에 판매 조직의 영업력이 실적에 직결된다.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한 이들은 그래서 회사 내에서 주인의식이 강하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상대로 영업하면서 회사를 지탱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는 이 계파 내에서 장인화, 오인환 등 두 사장들이 마케팅실 출신으로 대권에 도전했다. 특히 장인화 사장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MIT(매사추세츠대학교 대학원 해양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포스코 내부에선 갖출 건 다 갖췄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런 배경에서 최정우 포스코 신임 회장 후보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꼽힌다. 본인 자신도 회장에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는 게 지인들의 촌평이다. 최 후보는 195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 동래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에 입사해 생산본부가 아닌 가치경영실과 감사, 재무실 등 포스코 내부에선 이른바 '백오피스' 조직을 두루 거쳤다.

역설적으로 이런 약점은 최정우 후보에 득이 됐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승계 카운슬 위원들이 정치권 등에서 외압이 불거지자 계파에서의 자유로운 최 후보를 눈여겨본 것이다. 특히 최 후보는 회장으로서 갖춰야 할 다양성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그가 권오준 회장이 올해 초 계획한 포스코의 차기 50년 비전의 초안을 기획해 그룹 전반의 성장 지향점을 폭넓게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정우 후보가 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회장이 되면 일단 회장 선임 과정에서 경쟁했던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리더십의 재신임이 예상된다. 그가 어떤 계파를 아우르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산본부나 마케팅 조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혁신 인사보다는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지향점을 구상할 것이란 예상이다.

최 후보와 함께 새 포스코를 이끌 새로운 리더십으로는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과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등도 거론된다. 포스코 회장 후보로 하마평을 받은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비주력 계열사에서 책임경영을 도맡을 최 후보의 우군으로 평가된다.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최 후보와 더불어 포스코 '재무통'으로 불린다. 이 사장은 최 후보보다 2년 늦게 입사했지만, 먼저 포스코컴텍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맡았다. 최 후보는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과 계열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최 후보와 김 사장은 2014년 3월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하며 2015년 7월까지 한 배를 탔었다. 이후 김 사장이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최 후보는 포스코 가치경영실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외에도 그동안 포스코 내에서 주류들에 눌려 있던 비주류들의 '반란'이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후보가 이를 어떻게 잘 이끌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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