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포스코≠국영기업≠CEO 잔혹사

안정준 기자
2018.07.15 17:33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③'국영기업 포스코' 인식, '포스코 잔혹사'로 연결

[편집자주] 창사 50주년을 맞은 '국민기업' 포스코가 변화를 선택했다. 재계 서열 6위 그룹을 이끌어왔던 주류의 교체다. 비(非)엔지니어, 비서울대 출신 최정우 회장의 선택은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인 동시에 도전이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창업이념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그의 앞에 놓인 과제다.

역대 포스코 회장 8명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사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이른바 '포스코 잔혹사'다.

비(非) 주류로 불리며 외압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최정우 회장 후보가 선출된 과정에서도 이 같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덜했다고 하는 그의 회장 내정에 정말 외압이 없었는지도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정권의 외압은 대부분 드러나지 않았다. 입증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외압설이 정설로 굳어진 까닭은 역대 회장들이 물러나는 모양새가 모두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밀려나는 형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의 포스코에 대한 개입 정황은 잔혹사의 배경이 외압이라는 확신을 더욱 키웠다.

사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포스코는 제도적으로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도 받았다.

포스코는 1997년 사외이사제 도입 이후 사실상 '오너 없는 기업'임에도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췄다고 평가받아 왔다. 사외이사 추천을 별도 외부 기구에 맡겨 외부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갖췄다. 이사회의 60%는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시민운동을 할 당시인 2007년 주도적으로 도입한 'CEO 승계 카운슬'로 회장 선출 과정도 투명화했다.

승계카운슬은 최종 면접 대상자를 추천위에 제안하고, 추천위가 심층 면접을 통해 1명의 회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추천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포스코를 다섯 차례나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잔혹사가 끊이지 않은 근본적 원인은 이 회사가 '주인 없는' 기업이어서다. 10.7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의 최대주주다. 아무리 제도를 잘 짜놔도 CEO 선임 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정권 외압을 견디기 힘든 구조다.

포스코 잔혹사는 초대회장을 지낸 고(故) 박태준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박 회장은 1992년 10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 당선인과의 불화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 초대회장에 이어 1992~1998년 사이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회장 등 무려 3명의 회장이 옷을 벗었다. 황 전 회장과 정 전 회장은 '박태준 사단'으로 분류된 인물들이었다. 김 전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4년간 재임했지만,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0년 완전 민영화 이후로도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의 회장은 바뀌었다. 유상부 회장(1998~2003년)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고 중도 하차했다.

이구택 회장(2003~2009년)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 뒤인 2009년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이 불거지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준양 회장(2009~2014년)은 취임 시점부터 이명박 정부의 후광으로 회장에 선임됐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각종 비리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약 1년 만인 2013년 사퇴했다.

강력한 오너십이 없는 회사의 숙명이다. KT와 한국항공우주, 대우조선해양 등 포스코처럼 주인 없는 회사들은 예외 없이 비슷한 길을 걷는다. '오너 리스크'의 자리에 '관치 리스크'가 들어온 것이다.

관치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권 스스로 '민영 기업' 포스코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가 주도 산업화의 상징인 포스코의 특성상 어느 정권이든 포스코를 기본적으로 국영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공기업 시절 타성을 버리고 주인의식을 세워야 한다"며 "특히 경영진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윤리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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