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은마APT보다 더 오른 탄소배출권…'숨막히는 기업들'

심재현 기자, 한민선 기자
2018.11.22 18:00

[탄소배출권 2기 개막]2020년까지 최대 2500만톤 온실가스 줄여야…유상할당 업종 곤혹

[편집자주] 탄소배출을 줄여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2기가 이달부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1기때는 탄소배출권 가격의 급등과 불안정한 수급으로 기업이 숨막혀했다. 2기 시행에 맞춰 탄소배출권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책을 들여다봤다.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2기 전망' 토론회장. 발전업계 관계자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관계자는 "발전 5개사와 민간업체까지 포함해 3년 동안 배출권 구매에 수천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보완책이 없다면 결국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업계 한 인사는 배출권 가격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그는 "지난 1기에도 비정상적으로 배출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가격이 얼마나 뛸지 몰라 기업들이 여유분의 배출권을 쥐고만 있는 탓인데 이런 학습효과가 더해지면서 2기엔 가격이 더 불안정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발전·中企 비용부담에 비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2차 계획이 본격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가 매년 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할당해주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남는 기업에서 사서 쓰도록 하는 제도다. 2015년 도입돼 지난해 말 1차 계획(1기)이 끝났고 올 1월부터 2020년까지 2차 계획(2기)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이 기간 동안 국내 발전·산업 부문에서 최대 2500만톤의 온실가스(할당량 대비 예상 배출 초과량)를 줄여야 한다고 추산한다. 정부의 시장 안정화 가격 2만 3500원으로 환산하면 6000억원 규모다.

2차 계획 시행으로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곳은 배출권을 유상할당받은 업종이다. 정부는 1차 계획에서 배출권 전량을 무상할당했지만 이번엔 63개 업종 중 26개 업종에 대해 97% 무상할당, 3% 유상할당 방침을 세웠다. 26개 업종엔 전기발전, 전기통신, 항공운송(국내선), 음료·플라스틱제품·콘크리트 제조 등이 포함됐다.

규모 면에선 화력발전 등 탄소배출이 많은 발전업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로 꼽힌다. 계획 확정 당시부터 발전사가 대부분의 유상할당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발전업계 한 인사는 "공공발전사의 비용은 한국전력이 보전해준다"며 "1차 계획기간에도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비용 일부를 한전이 보전해줬는데 앞으로 부담이 커지면 이런 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선에 한해 유상할당 업종으로 지정된 항공운송업계에서도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이 많은 금속주조, 기타금속 가공제품 제조업종이나 섬유제품 염색·가공, 플라스틱제품 제조업종에선 유상할당에 맞춰 배출권을 사기엔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차라리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는 곳도 있다.

◇ "팔아도 되나?" 가격 불안 골머리=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등 전량 무상할당 업종으로 지정된 기업들도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배출권 가격 불안정에 대한 우려는 유·무상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2015년 1월 배출권이 처음 거래될 당시 톤당 8640원이었던 가격은 1차 계획 기간 최고 2만8000원까지 224%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85% 가량 오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보다 더 폭등했다.

기준학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겸임교수는 "2016년 1월부터 2년 반 동안 코스피지수 변동폭이 15.2%였던 반면, 배출권 시장은 31.4%나 널뛰었다"고 말했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석유화학설비 NCC(나프타분해설비)의 일환인 MFC(올레핀 생산시설) 사업을 발표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온실가스 배출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정부가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면서 경쟁력 후퇴가 불가피해졌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국내 철강사 관계자는 "2015년 당시 제시한 감축목표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예정대로 이뤄지는 상황을 전제로 했던 것"이라며 "경쟁국인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이 국가 단위의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가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가 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2차 계획을 확정해야 했지만 탈원전 등 에너지정책 수정과 맞물려 2018년 배출 총량만 잠정 수립했다가 지난 7월 뒤늦게 전체 계획을 발표했다.

업종별로 할당한 배출 총량에 대해 기업별 배출권을 신청받아 지난 10월 말 배출권 할당량을 개별 통보했고 이 자료는 산업정보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인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차 계획부터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직접 투자해 확보한 배출권은 국내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며 "정부가 해외배출권 인정절차 등을 서둘러 국내 기업들의 배출권 확보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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