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삼성전자, '재량근로제' 시행 않은 이유는

임동욱 기자
2018.11.27 18:55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재량근로제, 도입은 했지만 시행은 안 해"..형평성·관리·신뢰성 등 실질적 난제 풀어야

[편집자주] 지난 7월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의 계도기간이 연말이면 종료된다. 생산현장에선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시간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를 두고 고민과, 고소와 파업 등 갈등이 이어져 왔다. 불과 한달 뒤인 내년 1월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가는 주52시간 근로제를 비롯, 유연근로제의 연착륙을 위한 해법을 찾아봤다.

지난 5월말 삼성전자는 개발과 사무직을 대상으로 시행할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를 발표했다.

주 단위 자율 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연근무제를 7월부터 실시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한국 최대기업이자 글로벌 초일류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하자, 재계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목이 집중된 것은 직원 스스로에게 근무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무제'였다. 전통적으로 '관리'를 중시하는 삼성전자 문화를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는 개발, 사무직을 대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만을 시행 중이다. 정작 관심을 모았던 '재량근로제'는 해당 제도만 도입했을 뿐 시행은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량근무제를 사내 근무 제도 중 하나로 도입했지만, 아직 시행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실제 업무에 이같은 제도를 적용해 시행하기에 미처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노사간의 이해충돌이 아니라 직원들 상호간 ‘형평성’에 대한 이의제기 등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전략 신제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는 직원 중 최소한의 인력에 대해 최대 6개월 동안 업무수행 방법이나 근로시간 관리를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남은 되고, 왜 나는 안되느냐', '저 직원만 회사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느냐'는 등 예상 가능한 내부 반발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대처할지는 여전히 난제로 남았다.

하나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코딩에 한달의 시간을 부여하고 그 안에 재량껏 끝내라는 업무지시가 내려졌다고 하자. 재량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언제출근하든 상관없이 1달 내에 이 업무를 완성하면 된다.

문제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1주일만에 완성하는 사람도 있고, 2개월이 걸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 업무 부과와 평가의 형평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또 부여되는 과제의 난이도 등 경우의 수가 수만가지여서 재량근로의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또 재량근로시 출·퇴근 시간, 근무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도 어려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근무를 직원 재량에 맡긴다고 해도 기본적인 '관리'는 기업 입장에서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량근무제'에 대한 오해 또는 막연한 불안감도 문제였다. 이 제도가 정부의 ‘주 52시간’ 노동 지침을 초과해 일을 더 시키는 쪽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도입을 꺼리게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측은 “연구·사무직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만 시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큰 무리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이 아닌 월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한 달 근무 일수가 25일이라면 '25일×8시간'으로 총 200시간을 업무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 등을 앞두고 집중적인 업무 투입이 필요한 상황 등에 대처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제조 부문의 경우 계절적 성수기 등에 대비하기 위해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며, 반도체라인과 같이 4조 3교대를 하는 공장은 40시간 내에서 근무를 소화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2009년 효율적인 근무를 통해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자율출근제를 도입했다. 2012년부터 이를 확대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1일 4시간 이상,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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