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체크리스트]④한화시스템 '함정 전투체계(CMS)'

필리핀 해상을 가르는 3200톤급 호위함. 거대한 함정이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가운데 그 안에서 상황을 읽고 전투를 지휘하는 '두뇌'는 다름 아닌 한국산이다. 바로 '함정 전투체계(CMS)'로 레이더 등 각종 센서가 포착한 정보를 한곳에 모아 위협을 판단하고 무기·통신체계와 연동하고 있다. 전술 데이터를 통해 다른 함정과 작전 정보도 실시간 주고 받는다.
바다 위 군함에선 순간의 판단이 작전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함정 전투체계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크다. 사람으로 치면 눈과 귀로 들어온 정보를 종합해 판단을 내리고, 필요하면 곧바로 손발을 움직이도록 명령하는 역할인 셈이다. 함정 전투체계가 '함정의 두뇌'로 불리는 이유다.

국내에서 함정 전투체계를 개발하는 기업은 사실상 한 곳뿐이다. 한화시스템(70,700원 ▲600 +0.86%)은 대한민국 해군의 고속전투함·대형상륙함·구축함·호위함·잠수함 등 다양한 수상·수중 함정에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국산화한 함정 전투체계를 공급해온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지난 40여년간 해군이 운용하는 거의 모든 함정에 전투체계를 납품해왔다고 보면 된다.
한화시스템이 함정 전투체계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다. 과거 해외에서 전투체계를 도입하던 시기엔 우리 해군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즉각 반영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탑재 장비를 변경하려면 해외 제작사에 소프트웨어 수정을 의뢰해야 하는 등 기술 종속에 따른 제약이 컸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해군 전투력 발전을 위해서도 함정 전투체계의 국산화는 필수적이었다"며 "사명감이 개발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함정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되는 다양한 무장과 센서를 연동하고, 탐지부터 교전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매우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개별 장비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해군의 운용개념 정립부터 전투 전반을 아우르는 이해가 뒷받침돼야 했다. 이를 통합해 최종 성능을 완성하는 높은 기술력 또한 필요했다.
특히 함정 전투체계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함포 정밀 통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상이 좋지 않은 날에도 출항해 실사격을 반복하고, 데이터를 수정하는 과정을 수없이 거듭했다. 그 결과 한화시스템은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갖춘 함포 제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화시스템 함정 전투체계의 강점은 다양한 작전 경험과 해군의 운용개념을 폭넓게 축적해왔다는 데 있다. 새로운 무장과 센서는 물론 미래 무인체계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된 점도 경쟁력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무엇보다 타 국가 대비 개발과 양산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필리핀에는 2017년 2600톤급 호위함 2척을 시작으로, 2019년 3000톤급 호위함 3척 성능개량사업에 이어 2022년 3100톤급 초계함 2척, 2023년 2400톤급 원해경비함 6척에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3200톤급 차기 호위함 2척에도 함정 전투체계를 공급했다.
독자들의 PICK!
한화시스템은 필리핀을 발판 삼아 동남아를 비롯해 중동, 유럽, 남미 등으로 시장을 넓힌다는 목표다. 핵심 전략은 각국 해군의 요구와 작전 환경에 맞춰 전투체계를 발전시켜 공급하는 것이다. 실제 필리핀의 경우 7600여개 섬으로 이뤄진 복잡한 작전 환경과 특수한 해양 안보 상황을 고려한 전투체계를 공급한 것이 수출에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미래 전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최근에는 유·무인 복합운용 등 미래 무인체계로 확장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며 "도입국 해군의 현재 소요뿐 아니라 향후 전력 발전 방향까지 함께 담아내는 방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이탈리아·노르웨이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던 통합기관제어체계(ECS) 및 상태기반진단체계(CBMS) 개발에도 성공했다. 통합기관제어체계는 함정 운용에 필요한 추진·전력·보조기기·손상계통 시스템을 하나의 네트워크 기반으로 통합해 함정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 제어장비로 함정의 '심장'과 같다.
함정 추진체계 상태기반진단체계는 △엔진 △감속기어 △해수펌프 △냉동기 등 50여개 장비로 구성된 함정 추진체계의 운용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진단하고, 필요시 승조원에게 정비를 권고하는 시스템이다. 첨단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돼 단순 모니터링뿐 아니라 성능평가를 통한 경향분석, 고장진단 및 잔여 수명 예측 등을 수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