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빅사이트 'FC(수소연료전지) 엑스포' 등록 부스. 정식 개장 1시간 전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입장하려는 인파가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세계 최대·최고 수소 경연장..혁신 기술 총망라="수소로 세상을 움직여라." 전시장에 들어서자 일본 대표 수소충전소기업 이와타니 부스의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 각국에서 모여든 270여 업체가 저마다의 혁신 수소 기술을 뽐냈다. 세계 최대·최고(古) 수소 관련 행사다. 초창기엔 몇몇 일본 대기업들 위주였지만, 시장 파이가 점점 커지면서 내년엔 300개 글로벌 기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일본을 비롯한 한국·중국·대만 등 아시아 업체는 물론 멀리 독일·노르웨이·캐나다·호주 등에서도 별도 공간을 마련해 각축전을 벌였다.
발 디딜틈 없이 붐비는 전시장의 열기와 미래 수소 신기술들의 향연은 마치 '수소판 CES(세계최대전자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월드 스마트 에너지위크 2019'라는 큰 테마 아래 수소 뿐 아니라 배터리·태양광·스마트그리드·풍력·화력·바이오매스·자원재활용 등 총 9개 분야가 한데 모였다. 연 7만 여명의 참관객들은 '자유이용권'을 쓰듯 종합 에너지 산업(총 1590개 기업 참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이타 마사토 엑스포 사무국 차장은 "올해 15회째를 맞은 FC엑스포가 가장 먼저 시작됐고 이후 다른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엑스포들이 파생·확대됐다"며 "수소가 산파 역할을 한 셈"이라고 했다.
단순히 수소전기차·수소지게차·수소드론 등 모빌리티 뿐 아니라 생산·저장·운송·공급(충전)·활용에 이르는 전반적인 수소 생태계 제품을 총망라했다.
◇중국 '수소 큰손' 부상...내년 참가업체 6배↑=이번에는 파나소닉이 오는 4월 부분변경해 출시할 예정인 신형 에네팜(가정용 연료전지)과 혼다의 700바(bar) 모듈형 수소충전기 SHS가 공개됐다. 또 다쓰노가 기존보다 획기적인 오차범위 ± 0.5% 이내의 수소충전기용 유량계를 처음 개발해 주목받았다.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사무총장은 "그간 수소 운송수단은 한국·일본 등 아시아가, 충전 인프라 쪽은 유럽·북미가 각각 강세였다"면서 "이번에 일본 인프라 기술력이 한층 향상되고, 투자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업체들이 서로 경쟁 업체에 기술·정보력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중국 참가업체·참관객들이 급증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중국 정부가 수소 산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올해는 10여개 중국 업체가 전시에 참가했는데, 이미 6배 이상인 60여개 중국 업체가 내년 참여 예약을 마쳤을 정도다.
전시장 외부에서 열린 기조연설에도 2000여 좌석이 부족해 복도에 서서 들어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에자와 마사나 일본 경제산업성 수소연료전지전략실장과 미 슈화 차이나에너지 부사장이 각국 수소 로드맵을 소개하며, 패권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에자와 실장은 "앞으로도 일본이 수소사회 선도를 할 것"이라고 자신하며 "이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 부사장은 "중국은 가장 큰 에너지 소비국이자, 가장 큰 수소생산자"라며 '규모의 경제'를 과시했다.
세부 기술 세미나도 두시간 가량의 한 개 프로그램당 참관비가 2만5000엔(한화 25만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만석이었다.
◇현대차도 내년부터 日수소엑스포 등판=일본 정부와 도쿄도(都)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수소 올림픽'을 표방한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홍보관 등을 세워 수소사회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교민 한모씨는 "매년 FC엑스포 소식이 공중파 TV 메인 뉴스에 실린다"며 "수소가 일반 대중에도 차츰차츰 스며들듯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주최 측은 15회 FC 엑스포를 시작하자마자 '16회' 준비에 들어갔다. 전시장 입구 거대 벽판은 부스별 내년 예약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사흘간의 전시기간 동안 이미 내년 전체 부스 계약의 70~80%가 마감됐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하고 지난해 차세대 모델 '넥쏘'를 선보인 한국 대표기업현대자동차도 내년부터 FC 엑스포에 참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한국에도 국제적 규모의 수소 전시회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연료전지팀장은 "토요타도 내년 도쿄올림픽에 앞서 수소전기차 미라이 신형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중국도 수소 상용차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수소 삼국지'처럼 주도권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