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포스트 코로나' 테스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SK그룹 계열 SK가스는 2주동안 업무일 6일 이상을 사옥 외 지역에서 일한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근무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도 IT(정보통신) 분야서 코로나19 이후 활용할 업무용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협력사 직원들이 집이든 밖이든 사무실 외 공간에서 현대·기아차용 IT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근무지가 언제든 갑자기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초유의 대졸 공채 온라인 필기시험을 결정했다. 근무방식 외에 채용 변화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런 채용 파괴는 앞으로 유연한 근무방식으로 확산되며 노사 문법 자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SK가스는 지난 7일부터 오는 22일까지 2주간 총 12일의 근무일을 대상으로 '12분의 6' 테스트를 진행한다. 12일 중 최소 6일을 사옥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신 근무장소는 가리지 않는다. 재택이 기본이지만 사람이 밀집되지 않은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다.
코로나19가 근무 형태의 역발상을 부른 것으로 효율 면에서 재택근무가 나은 부분도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가스의 이런 실험은 어떤 회사도 섣불리 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테스트 결과 실적에 큰 문제가 없다면 대대적인 근무방식 개편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포스트 코로나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를 통해 비대면 IT개발 플랫폼을 만든 게 단적인 예다. 회사에서 사용할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외부에서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방식을 적용했다. 이전까지 한 사무실에 한데 모여 개발하던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면 효율성과 업무만족도가 높아진다"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사안들이 코로나 이후 '꼭 그렇진 않다'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글로벌 10만여명이 응시하는 공개채용 시험을 온라인으로 전환할 채비를 끝냈다. GS 등 대기업 사회공헌 활동도 온라인으로 실시한다. 채용에서부터 출근, 업무를 망라하는 '근로의 틀'이 바뀌는 셈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원격 근무를 해도 성과가 관리되는 시스템만 만들면 서비스나 사무관리에서 빠르게 원격 근무가 확산될 수 있다"며 "SK와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이 바뀌면 중견·중소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기업 중심의 변화를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지원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이장원 박사는 "근무방식 변화가 중견·중소기업에선 단순한 고용 유지의 방편이 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코로나19가 노동유연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대차 노조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처럼 여기던 '혼류생산'(한 공장에서 여러 차종을 만드는 것) 논의를 먼저 꺼낼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계나 기업이 불문율로 여겨온 노사 제도가 모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