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말라버린 노량진 상권 "학원 문 닫으니 할 수 있는게 없다"

이재윤 기자
2020.08.20 15:45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인근./사진=이재윤 기자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으로 서울 노량진 학원가 인근 자영업자들은 역대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평소라면 고시·공무원 시험준비생과 방학을 맞아 학원을 알아보는 등 북적였어야 할 노량진은 생기를 잃었다.

20일 찾은 서울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 인근 상점·학원 등은 코로나19에 날벼락을 맞았다. 방역기준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면서 지난 19일부터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된 300인 이상 대형학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일부 중·소형 학원들이 문을 열었지만, 사실상 정상적인 운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오는 21일 5급 행정고시를 비롯해 하반기 다음 달 26일 7급 공채와 순경공채, 임용고시 등을 앞두고 학원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대형학원은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강의로 선회했지만 작은 학원들은 뾰족한 방법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0년 넘게 노량진 학원을 운영 중인 김 대표는 "온라인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급격하게 학생이 빠졌다"고 말했다.

15년 간 서점을 중인 이 대표는 "장사를 시작하고 가장 어려운 시기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학원들이 아예 문을 열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0% 넘게 줄었다. 인건비는 커녕 월세도 못 낼 판"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경찰·소방 등 체력시험을 요구하는 전문학원은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많다고 한다. 체력학원과 퍼스널트레이닝(PT)을 함께 운영 중인 이 대표도 "순경 체력시험이 두 달 밖에 안 남았지만, 지난해 보다 수업이 절반 넘게 줄었다"고 말했다.

주로 노량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변 상점에서도 곡소리가 났다. 코로나19로 올해 초 홍역을 치른 데 이어 또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오프라인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도 쪼그라들고 있는 모습이다. 중심도로에 줄지은 식당과 카페 등 상점들 틈으로 간간이 공실이 눈에 띄었다. 판매 가격을 낮추고 높은 회전율로 유지하던 곳들의 타격이 컸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인근 상가./사진=이재윤 기자

노량진 내 한 고깃집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그래도 고객들이 좀 늘어나고 있었는데, 학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어제부터 갑자기 줄어들었다"며 "당장은 무엇을 할 수 있는 게 없다. 할인 등도 안 먹힌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주로 찾았던 PC방과 노래연습장 등에는 보건당국의 지침으로 이달 말까지 휴업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관할 지자체인 동작구청 공무원들이 인근 지역을 감시·감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 인하나 조정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심각한 가운데도 임대료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10평(33㎡) 기준 1층 상가 임대료는 월 1000만원 선이다.

노량진 상인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학원 운영되면서 가장 타격을 입는 건 작은 학원이나 주변 상인들"이라며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연말까지 이어지만 도산하는 상인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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