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해상풍력으로 바다 위의 신재생에너지를 제패하겠다는 '제2의 대영제국'을 꿈꾼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해협과 북해의 강한 바람,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진 정부의 장기적 지원과 이에 호응한 기업이 모여 영국은 이미 전 세계 해상풍력 최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7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발표한 2020년 연료별 전기 생산 비중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관련 데이터 집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이 43.1%로 화석연료(37.7%)를 앞질렀다. 신재생에너지 상승은 풍력발전(24%), 그 중에도 해상풍력 발전(13%)이 이끌었다.
영국에서는 일찌감치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면서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2050년 탄소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최소 80%로 명시했고 2019년 개정되면서 목표치를 1990년도 대비 최소 100%로 다시 상향했다.
영국의 기후변화 정책은 법정 자문 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의 의견이 탄소감축의 장단기 목표의 결정과 이행 모니터링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총리나 집권당 교체에도 일관되게 이행된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영국의 해상풍력 산업을 현 수준으로 끌어올린 발전차액정산제도(CfD)가 만들어졌다. CfD는 보장 기준가격을 정한 뒤 실제 시장에서 형성되는 전력판매가격과의 차이를 영국 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보전하는 제도다. 정부가 수익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영국 정부는 그린수소에도 CfD를 도입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성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관련 산업계였다. 2019년 '해상풍력 산업 섹터 딜(민관협약·Sector Deal)'이 출범하면서 산업계가 선(先)제안하고 정부가 검토해 협상하는 개방형 발전계획이 현실화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이 많은 한국과는 정반대다.
섹터 딜에는 △목표달성 방안 △전문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경영 환경 △목표 기한 △투입 예산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해상풍력 섹터 딜에는 2030년까지 CfD 5억5700만파운드(약 8800억원) 한도 지급, 자국산 부품 60%까지 확대, 해상풍력 산업 여성인력 비중 3분의 1 이상으로 확충, 수출액 26억파운드(약 3조 9000억원) 달성 등의 목표가 담겼다.
영국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설치할 해상풍력 용량 목표치를 30GW(기가와트)에서 40GW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영국의 모든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충당할 수 있는 용량이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까지 관련 직·간접적 일자리만 6만9800개가 늘어난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영국 해상풍력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지속되는 정부의 일관된 지원 정책 덕분에 성공했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 정부는 산업계와 함께 합리적인 시행 방안과 지원제도를 만들며 신뢰를 쌓았다.
영국 해상풍력업계 한 인사는 "정부가 목표치를 제안하면 우리(산업계)는 믿고 따른다"며며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특성상 정부와 기업간에 신뢰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