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답의 말레이 하늘 열었다..블랙이글스는 감사의 표시"

랑카위(말레이시아)=이세연 기자, 우경희 기자
2023.05.24 17:42

[인터뷰]1.2조원 경전투기 수출 마무리한 강구영 KAI 사장 "2차 성장 위해 미국 진출 꼭 필요"

강구영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24일(현지시간) 리마(LIMA) 2023 국제 에어쇼가 열린 말레이시아 랑카위 현지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랑카위(말레이시아)=이세연 기자

1조2000억원 규모 한국산 경전투기 FA-50(18대) 수출계약을 최종 확정지은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그는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 리마(LIMA) 에어쇼 현장에 창공의 색을 꼭 닮은 시험 비행복을 입고 나타났다. 취재진과 만난 강 사장은 "고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비행복을 입고 행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KAI가 열어젖힌 말레이시아의 하늘은 한국산 전투기엔 미답의 영역이었다. 이번 FA-50 수출을 통해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에 이어 말레이시아까지 동남아 '4각 고객편대'가 완성됐다. 강 사장은 "리마에어쇼에서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군의 전폭적 협조 속에 이뤄진 공군특수비행단 블랙이글스의 리마에어쇼 참가는 그런 배경에서 성사됐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선 세계 군사강국들의 전투기 수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블랙이글스와 우정비행을 펼친 말레이시아 공군 비행단이 유럽산(호크 Mk.208), 미국산(F/A-18 D 호넷), 러시아산(수호이 SU-30) 전투기로 구성된 점은 동남아 전투기 시장 상황을 그대로 상징한다. 강 사장은 "(FA-50 계약은)전 세계의 좋은 전투기와 비교해 우리를 선택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KAI의 다음 시선은 미국을 향한다. 강 사장은 "(미국 전술훈련기 입찰에 대해) 기대를 넘어 절박감을 느낀다"며 "KAI의 2차 성장을 위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미국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동 국가 중에서 연내 수주소식이 전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다음은 강 사장과의 일문일답.

강구영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24일(현지시간) 리마(LIMA) 2023 국제 에어쇼 KAI 부스에서 시험 비행복을 입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랑카위(말레이시아)=이세연 기자
"세계 우수제품 다 써본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산을 선택하고 있다"

-수출계약 이후 말레이시아와 한국 간 군사장비 교류가 활발해질거라는 기대가 많다.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과의 관계는 좋았다. 이 속에 말레이시아가 들어오면서 향후 관계가 더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 K-TCG(Korea-Technical Coordination Group)라는 기술협력 모임이 있다. 말레이시아가 들어오면서 완성도가 높아졌고 기술협력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이런 분위기가 KAI가 세계로 나가는데 좋은 모멘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에어쇼에서 주력해서 준비한 것은.

▷FA-50 본계약에 초점을 맞췄는데 성사됐다. 리마에어쇼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공군의 협조를 통해 블랙이글스 에어쇼를 기획했다. T-50(블랙이글스는 KAI가 생산한 T-50을 특수비행용으로 개조한 T-50B를 사용)을 통해 FA-50의 성능과 운용효율성을 말레이시아 국민들께 보여주고자 했다. 전시라인업도 KAI의 최고 제품들로 꾸렸다. 우리 무기체계를 샀을때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미래지향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남아에서 먼저 T-50(고등훈련기)을 도입한 나라들의 실제 반응은 어떤가.

▷동남아 국가들은 유럽, 러시아 등의 좋은 비행기를 다 갖고 있다. 다양한 최고급 사양 전투기들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건 도입 기종을 선택할 때 판단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뜻이다. 이들이 우리 FA-50을 선택했다는건 러시아와 유럽, 미국산과 비교해 우리 제품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앞서 항공기를 수출한) 인도네시아 조종사들과 얘기해보면 우리 기술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유럽 제품들은 인간적 감성에 집중하고 러시아는 파워풀한 느낌인데 이들과 비교해도 이길 수 있는 장점을 KAI의 제품이 내포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실제 조종사들도 러시아 제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고 유럽이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 항공기들도 해외 에어쇼에서 기술 증명에 나서고 있는데.

▷FA-50은 실제로 중국 JF-17 등과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중국산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운용성능으로 가격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 중국 제품은 러시아 계열이라고 보면 된다. 러시아 계열은 겉으로는 웅장해 보이지만 실제 전투모드로 들어가면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SU-30은 서방 전투기에 열세였다. 타 본 나라는 다시는 안 산다는 평이 있다.

-해외 사업에 공군과 협력이 매우 중요할 듯 하다.

▷중요하다. 우리가 해외서 제품을 소개할 때 가장 큰 강점이 군 운용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운용 노하우와 데이터가 모두 군에서 나온다. 이걸 분석하고 장점을 추려 이 데이터를 통해 마케팅한다. 요즘 바이어들은 모두 운용데이터를 요구한다. 살 때도 비싸지만 운용할 때도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군의 데이터는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수출 호조는) KAI가 비행기를 잘 만든 덕도 있지만 운용에 대한 군의 탁월한 노하우가 더해진 덕에 가능한 일이다.

강구영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24일(현지시간) 리마(LIMA) 2023 국제 에어쇼가 열린 말레이시아 랑카위 현지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랑카위(말레이시아)=이세연 기자

"미국 진출은 절박한 과제...연내 중동 수주 낭보 가능성도"

-미국 전술훈련기 입찰에도 참여했다.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대를 넘어 절박감을 느낀다. KAI의 2단계 성장을 위해서는 큰 규모의 사업이 꼭 필요하다. 지난 3년간 1차 성장기를 잘 거쳐왔는데 이제는 2차 성장을 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미국 사업이 필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 미국에서 우리 비행기가 날아야 성장할 수 있다. 미국에서 비행기를 지원받던 우리가 미국에 진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경제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 기체 가격만 해도 수십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경제유발 효과를 더하면 수백조원에 이른다는 예상도 있다. 이걸 획득하면 한국 항공우주산업을 완전히 바꿀 기회가 된다. 한미동맹 측면에서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아왔다면 이제 교류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수주 가능성은 어느정도로 전망하나.

▷(경쟁관계에 있는) 보잉사가 열심히 하고 있다. (KAI와 협력관계인) 록히드마틴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유리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미국 해군과 공군은 빠른 전력화를 원하기 때문에 KAI-록히드마틴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예산부처 쪽에서는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낮게 본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의 장점은 납기와 성능이다. 반면 보잉은 가격이 싸고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는 장점이 있다.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사업이 성사되면 사실 최종 조립은 미국에서 해야 한다. 조립라인을 미국에 두고 부품라인을 국내에 둔다. 주로 사천과 서부경남 지역에서 감당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경공격기 수요 많아질거라 보시나.

▷그렇다. 러시아·중국계 항공전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전세계 3분의 1인데, 최신 기종들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맥을 못 췄다. 강력한 전투기가 아니라 드론이나 미사일에 러시아의 첨단 무기체계가 깨져나갔다. 전쟁이 벌어지면 이길 수 없다는 의미다. 서방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록히드마틴 등 미국 기업들은 생산라인이 '풀'이다. 유럽은 거의 공장들이 죽어있어서 납품을 재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격도 비싸다. 반면 KAI는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되고 있는데다 가격과 성능이 모두 좋다. 기회가 될거다. 늘어나는 수요를 이미 체감하고 있다.

-KAI에 관심을 가지는 나라들은 어딘가.

▷6대륙에서 다 문의가 온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동국가 중에 올해 안에 성과가 있을 수 있다. 내년엔 이집트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있을 것 같다. FA-50 100대 정도 수출도 기대할 수 있는 큰 시장이다. 내년에 이집트에 집중하고, 그 이후 미국에 '올-인'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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