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10여일만에 탄핵되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분간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는 만큼 자동차, 항공업계는 이에 따른 환율변동 등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심리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환율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국내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이상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에는 1300원대였으나 비상계엄 발령 당일에 1450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여전히 1430원선을 유지 중이다.
환율은 항공사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항공사들은 항공기와 기자재를 리스할 때 달러로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구매하는 경우 대규모 외화부채를 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커진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 연간 외화평가손실이 300억원가량 발생한다고 한다. LC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항공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직무가 탄핵으로 완전히 정지된 만큼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은 여객 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4분기는 전통적인 여객 비수기인데 환율이 내려오지 않으면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계엄령 이후 한국은 일부 해외 국가에서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됐는데 이 조치 역시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연말 소비심리 회복을 무엇보다 기다리고 있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연말로 갈수록 할인폭을 키워 판매량을 늘리는데 비상계엄 이후 판매량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국내 수입차 업계의 전통적인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은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모두 줄어든 상황이다. 연말에 판매량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내수 시장에서 부진하고 있는 것은 현대차·기아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그나마 르노코리아가 그랑콜레오스를 앞세워 지난해 대비 판매량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120만9154대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탄핵안이 통과된 만큼 소비심리 회복을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영진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점검하고 이것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글로벌 권역본부장회의를 열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여는 회의로 북미, 유럽, 중남미, 중국 등 주요 권역 본부장들이 모두 모였다.
이 회의에는 현대차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사장도 참석해 지역별 판매 실적 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