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산업계에선 그나마 불확실성이 줄었단 반응이 나온다. 탄핵 혹은 '질서있는 퇴진'이란 두 가지 변수 중 하나는 사라져서다. 하지만 산업계는 여전히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국면을 예의주시한다. 앞으로 최장 180일이 걸릴 수 있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까지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정유·화학·조선 업계 등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날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정유·화학·조선 업계에선 국내외 사업환경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지난주 1차 탄핵 불성립까지 사업환경 불확실성이 너무 커 대책 마련이 어려웠던게 사실"이라며 "이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만큼 이후 어떤 환경 변화가 올 수 있을지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에 민감한 정유업계는 탄핵소추안 통과 후 정국 안정이 최적의 시나리오란 반응이다. 계엄 전 1406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30원대를 오간다. 정국 불안이 이어질 경우 일각에선 환율이 145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실 계엄 전 1400원대 환율도 정유업계엔 달갑지 않은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달러를 주고 사와야 되기 때문에 환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수입 규모 자체가 수출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 환차손이 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2인 3각으로 시황 둔화를 돌파해야 하는 화학업계도 고심이 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와 지난 4월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하고 업황 부진을 타개할 방안을 준비해왔다. 정부는 관계부처 간 논의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달 중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엄 후 정부 혼란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조선업계는 선박 발주 환경 변동 여부를 예의주시한다. 글로벌 선주들이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의뢰하기에 앞서 면밀히 검토하는 요소 중 하나가 해당 조선소가 위치한 국가의 정치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의 정국 불안이 선박 수주에 당장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이날 탄핵소추안 통과로 정국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탄핵소추안 통과 후 줄어들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윤석열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 이벤트가 경제·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환율 상승 등으로 나타나면, 기업 경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며 "일단 불확실성은 다소 줄었지만 앞으로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