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안전관리 사각지대 여전.. 디지털 LOTO 도입 시급

중기·벤처팀
2025.07.21 17:27
이기철 네오펜스 대표

법과 제도의 수호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들이 정작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 6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 개정으로 '동력으로 작동하는 설비 정지 작업' 안전조치에 대한 규정이 명확해졌으나, 법령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많은 공공기관이 이를 위반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가 개정·시행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2조(고용노동부령 제443호)'에 따르면 정비·청소·수리 등 작업 시 LOTO(Lock Out Tag Out, 잠금표시) 조치 대상이 기존 '공작기계' 등 일부 설비에서 '동력으로 작동되는 기계'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모든 사업장은 해당 작업 시 장비의 운전을 정지하고 기동장치에 잠금장치와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기계를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에 따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형량은 7년, 벌금은 최대 1억원까지 증가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규정 개정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기존 방식으로 설비를 운영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일부 현장에서는 새로운 안전체계 도입을 '불편'으로 인식, 도입을 꺼리거나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분위기도 확인된다.

이 같은 태도는 자칫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법적 리스크를 수반한다. 법규를 선도적으로 이행해야 할 공공부문이 오히려 안전의 취약지대로 지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전통적인 LOTO 방식은 열쇠 기반의 물리적 잠금장치를 사용하는 구조다. 장비 수, 작업자 수, 한 장비 동시 작업 수가 늘어날수록 잠금장치와 열쇠의 물리적 관리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같은 운영상의 제약으로 인해 일부 현장에서는 LOTO 장치를 형식적으로만 설치하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외형적 설치로 안전점검 시 눈속임에 활용되기도 한다. 사고 발생 시에는 장치 미사용을 이유로 현장 작업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결국 실질적 안전조치로서 LOTO가 작동하려면 실행력과 추적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날로그 자물쇠 방식의 LOTO를 디지털 방식의 LOTO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은 장비 관리의 효율성은 물론 잠금 절차의 실효성을 확보함으로써 '형식적 안전'에서 '실질적 안전'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LOTO로의 전환은 작업자의 인증 기록을 기반으로 작업 시점 및 사용자 정보 등을 자동으로 저장할 수 있다. 단순한 효율성을 넘어 사후 감사와 책임소재 명확화, 규정 위반 방지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기술적 진전을 의미한다.

최근 발생한 산업재해 사례에서 공통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안전조치의 '미이행' 혹은 '형식적 이행'이다. 이는 곧 체계 부재로 이어지고 결국 중대재해로 귀결될 수 있다. 특히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디지털 기술 기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그 효과를 입증해야 민간부문으로도 자연스럽게 확산할 수 있다. 전기·기계 설비를 보유한 공공기관은 이번 법규 개정의 적용 대상 여부를 재점검해야 한다. 기술 흐름에 맞춘 안전관리체계로의 전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법령 준수를 넘어 기관의 리스크 대응력 강화와 안전문화 정착이라는 두 축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

LOTO 절차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법적 의무다. 이를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이행하려면 형식적 조치에 머무는 아날로그 방식보다 더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디지털 LOTO는 기존의 한계를 보완하며 작업자의 참여 유도와 책임 명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공공기관은 강화된 법령에 발맞춰 안전조치 이행 수준을 높이고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글/이기철 네오펜스 대표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