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탈(脫) 플라스틱 흐름 속에서 종이 등 대체 재질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플라스틱 재활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을 뿐 관련 정책 방향이 없습니다. 탈 플라스틱이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데, 이게 성공하려면 제지산업을 활성화하고 신기술 개발 등을 적극 지원해야합니다."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춰 탈 플라스틱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제지산업을 키워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주최로 열린 '탈(脫) 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을 감축하려면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보다 종이와 같이 친환경적인 재질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의원은 종이와 같은 친환경 재질을 플라스틱 대체재로 확산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단 입장이다. 그는 "국내 플라스틱 정책은 미완의 단계에 머물러 있고, 탈플라스틱을 뒷받침하기에 법과 제도가 부족하다"며 "우리 정책이 플라스틱 감축보다 플라스틱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단 지적도 있는데 환경오염 최소화를 위해 어떤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 숙고하고 플라스틱 재질 대체에 대한 방향성을 점검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진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재활용을 핵심으로 하는 '탈 플라스틱 로드맵'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일회용품 규제 강화 등 단순한 규제만으론 이를 성공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정부와 기업, 시민이 함께 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 틀 속에서 대체 소재 개발을 비롯해 기술 혁신을 장려해야 한다"며 "플라스틱에만 머물 경우 산업구조 개편과 순환경제 체계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실적에만 머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플라스틱 감량을 비롯해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지만 여전히 환경 문제가 심화되고 있고, 플라스틱 재활용이 탄소중립을 위한 모델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 정책 방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왔다.
김태수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부문장은 "환경부가 2022년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을 2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정책 시행 이후 현장 인프라의 한계와 업계와의 조율 부족으로 제도간 충돌이 발생하고 복합적인 요인으로 일부 계획은 지연되거나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적 변화 속도에 비해 제도적 대응 속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종이 기반 소재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능성과 생산 안정성이 꾸준히 향상돼 현실적 수준에서 시장 적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솔제지의 멸균팩 재활용 백판지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국내 멸균팩 재활용률이 약 2%에 머무르던 상황에서 설비투자와 기술 개발로 업계 최초 'GR(Good Recycle)' 인증을 받았다"며 "친환경에 기여한 기업에겐 실질적 혜택과 지원을 강화해야 기업들도 성과를 더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와 관련해 윤혜정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는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유럽 등 많은 나라가 플라스틱을 대신해 종이 재질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2060년까지 플라스틱이 2019년 대비 3배 늘어난단 전망이 나오는데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종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기술개발을 통해 얼마든지 종이재질이 플라스틱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며 "정부는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종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세제혜택과 공공조달 사업 참여시 가산점을 주고, 현재 종이의 신기술 연구개발(R&D)비가 국가 전체의 0.02%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