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자동차그룹과 합작해 짓던 배터리 공장(이하 HL-GA)에서 약 300명의 인력이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현지에 억류되면서 배터리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 다른 공장을 활용하는 게 불가능해 당초 일정을 맞출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HL-GA는 최근 주요 생산 장비 반입에 착수했다. 외골격 설비 공사를 마치고 공정 마무리 단계인 내부 설비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약 30GWh(기가와트시) 규모, 전기차(EV) 약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을 현대모비스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력 구금 사태로 인해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납기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다른 거점을 활용해 현대차그룹에 납품하는 시나리오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공장은 총 3곳이다. 이 가운데 2곳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공장(오하이오·테네시)으로, 현대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경쟁사인 GM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만큼 가능성이 희박하다.
단독 공장인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활용도 제한적이다. 업계는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이 20GWh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장은 올해 상반기 일부 라인을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 전환해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전면 가동한다 해도 당초 HL-GA의 예정된 생산량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구금된 인력이 추방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공장 건설 시 기존 해외 법인에서 숙련도를 쌓은 인력을 투입해왔다. 이번에 체포된 인원 가운데 인도네시아 출신 인력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인력은 현대차그룹과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HLI그린파워' 건설에 참여한 이후 미국에 배치됐다. 그를 포함해 이번에 체포된 인력 상당수가 배터리 공장 건설 경험이 있는 숙련 인력들이다. 이들이 대거 추방될 경우 대체 인력을 확보하기 전까지 HL-GA 건설은 사실상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할 때 기존 인력 투입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투자 계획 전반에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은 HL-GA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 측 인원 약 300명이 체포됐다. 구금 인원 중 LG에너지솔루션 소속은 47명이고 HL-GA 베터리 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은 250여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 대응을 위해 김기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인사책임자(CHO)를 이날 미국으로 급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