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올해 정기국회를 앞두고 반도체·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지원 법안과 불합리한 경제형벌 개선,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 입법 과제를 건의했다. 건의한 30개의 입법과제 중 여야가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과제는 14개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상의)는 16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 강화 △AI 산업·인재 육성 △벤처투자 활성화 △불합리한 경제형벌 개선 등 신속 입법이 필요한 30개 입법과제를 발표하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상의는 "미국의 관세 압박 등 대외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5월 22대 국회 개원 직후 여야가 모두 발의한 반도체산업 지원법과 벤처투자법 등 14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지원법안은 현재 국회에는 9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대통령 직속 반도체특별위원회 설치 △인프라 신속구축 △보조금·기금 조성 △R&D(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R&D 전문인력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제외 등이 주요 내용이다.
AI 기술개발과 관련해 주요국 대비 투자 지원이 늦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의는 △AI 데이터센터 세제지원 확대 및 전력·용수 지원 △AI 인력 육성시책 마련 등을 담은 인공지능 지원법안의 통과를 요청했다. 또 친환경에너지 전환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특별법안을 마련할 것도 덧붙였다.
아울러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조성된 금액이 첨단산업 분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산업과 기술에 전문역량을 갖춘 기업이 자산운용사를 소유해 전략산업펀드를 조성하도록 경직적인 금산분리 규제를 유연하게 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상의는 "국내 벤처투자액이 2021년 15조9000억원에서 2024년 11조9000억원으로 축소되고 기술기반 창업기업 수도 동기간 24만개에서 21만5000개로 감소하고 있다"며 민간자금 유입을 위해 벤처투자 세제혜택 확대도 건의했다. 또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조속 도입을 촉구했다.
과도한 경제형벌의 개선도 건의했다. 상의는 주요국 중 한국 만 가중처벌되는 형법 업무상 배임, 상법 특별배임, 특경법 배임을 폐지하고 판례로 인정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 형법 등에 명문화해 이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 부담은 기업의 계속성을 위협하고 미래 투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과 인재의 해외 이탈도 야기하는 등 기업가정신을 약화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의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시각을 고려해 세율은 유지한 채 납부 방식을 바꿔 일시에 집중된 세부담을 낮추는 3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대안은 △대기업의 최대 10년간 납부유예를 허용 △상장주식 상속재산 평가 시 적용기준을 단기 주가가 아닌 장기 평균시세 적용 △상속세와 자본이득세를 결합해 상속시점에 1차로 상속세 30% 부과 후 이후 주식 처분시점에 2차로 자본이득세 20%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국회는 글로벌 시장을 헤쳐 나가야 하는 기업 현실을 고려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막는 규제를 풀어내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원을 통해 산업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