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소재 국산화 절실…세아창원특수강, 102조 시장 뚫는다

창원(경남)=김지현 기자
2025.10.21 12:00
우주항공,방산 소재로 사용되는 특수합금 소재의 고청정도를 위해 불순물을 재차 걸러내는 ESR 공정이 진행중이다/사진제공=세아창원특수강

고객사들이 '포기만 안 해줘도 고맙다'고 말합니다."

지난 20일 경남 창원 세아창원특수강 창원공장에서 만난 채민석 기술연구소장이 국내 항공우주 소재 산업의 현실을 진단하며 한 말이다. 그는 "KF-21만 봐도 부품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들어가는 핵심 소재는 여전히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납기만 수개월 걸리고 최소 주문 수량 조건도 있어 원가 경쟁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철강업계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세아창원특수강은 항공우주 특수합금 소재에 '승부수'를 걸었다. 국산화가 절실할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 증가와 공급망 재편 등이 맞물리고 있어서다. 2022년 184억원이던 연구개발(R&D)비를 지난해 326억원으로 약 77% 늘렸다. 이를 발판 삼아 우주·항공기 엔진, 발전용 가스터빈 등의 핵심 부품 소재로 사용되는 '초내열합금 기술'을 국내 최초로 확보했다.

항공우주 제조사 인증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한 작업도 추진중이다. 지난해부터 보잉사의 인증 공급업체(QPL) 등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 프랫 앤 취트니의 LCS 인증도 시도한다. 채 소장은 "항공우주 특수합금 시장은 극도의 정밀성과 신뢰성이 요구돼 소수의 기업만이 공급망에 진입해 있다"며 "미국의 카펜터, ATI 등 몇몇 강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이 허들을 넘으면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3%를 차지한 항공우주와 방산용 특수합금 및 타이타늄 비중을 2030년 20%로 확대한단 목표다. 이르면 2027년 OEM(완제기 제작사)과도 계약을 맺을 수도 있을 것으로도 관측한다. 특히 우주 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바뀌는 흐름에 맞춰 민간우주 시장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방사형(RFM) 단조 2800톤 프레스에서 특수합금 소재의 사방 단조 작업을 통해 제품 성형 작업이 진행 중이다/사진제공=세아창원특수강

방산 시장에선 이미 경쟁력을 입증했다. K9 자주포, K2 전차 등 대표적인 'K방산' 제품들에 모두 세아창원특수강의 소재가 들어간다. 이날 현장에선 길이 12m에 달하는 K9 자주포의 포신이 수직 열처리로에 투입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약 900도의 포신이 설비에 들어가자 수증기와 함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포신의 강도는 기존 대비 2~3배 높아진다.

진공 상태에서 고순도 합금을 제조하는 진공 유도 용해로(VIM), 사방에서 같은 압력으로 눌러 일반 공정 대비 정밀하고 우수한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방사형 단조 등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생산거점도 확장 중이다. 미국 텍사스에 건설 중인 특수합금 전용 생산법인(SST)은 내년 6월 완공 예정이다. SST는 단조·압연 환봉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북미 신규 고객을 공략할 계획이다. 동시에 관세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에 따르면 항공기 소재 시장은 2022년 44조에서 2032년 102조 규모로 약 1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 소장은 "앞으로 1~2년이 저희에겐 굉장히 중요한 '골든타임'"이라며 "특수합금 소재 국산화는 대한민국 우주·항공·방산 공급망 생태계의 질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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