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 확보전에 뛰어드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탈중국' 공급망 확보를 위해 광산투자와 전략적 제휴에 속도를 낸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광물이 경제를 넘어 국가안보의 핵심자산으로 부상한 까닭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광산생산의 60~70%, 정제·분리공정의 85~90%, 최종 제품제작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희토류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다. 반도체·전기차·로봇·풍력 등 첨단산업 전반에 쓰이는 희토류 특성상 공급망 리스크는 곧 산업경쟁력의 핵심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중국 상무부가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각국이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20일 호주 정부와 '희토류 동맹'을 체결했고 유럽연합(EU)도 21일 중국과 긴급협상에 들어갔다.
산업계에서는 보호무역 확산이 '광물전쟁'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전략광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국가의 협상력, 나아가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희토류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중국의 지정학적 협상도구가 됐다"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희토류, 리튬 등 주요 전략광물 기업에 직접 지분투자를 단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기차 모터 핵심소재인 구동모터코아 사업확대를 추진하며 선제적으로 희토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미국 리엘레멘트와 협력해 희토류·영구자석 생산단지 구축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흑연 대체공급처 마련에도 나서 9일 탄자니아 마헨게 광산 착공식을 열었다. 2028년부터 연간 6만톤의 천연흑연을 25년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반도체·LED(발광다이오드) 등에 필수적인 갈륨 자립화를 추진한다. 2027년까지 557억원을 투입해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공정을 신설한다. 갈륨은 중국 의존도가 99%에 달하는 전략광물이다. 이 회사는 록히드마틴에 게르마늄을 공급하기 위한 생산공장도 검토 중이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AKP 니켈광산(인도네시아) 지분 60%를 133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니켈광산 경영권을 확보했다. 올해 생산목표는 250만톤, 2026년 300만톤, 2028년 350만톤으로 단계적 확대를 계획 중이다. 니켈·구리 등 미래 유망 광물자산 추가확보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핵심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는 단순한 조달전략이 아니라 밸류체인 전체를 지탱하는 안보문제"라며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