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위기에 몰린 철강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철강산업 구조개편에 나섰다. 업계는 품목별 대안 제시와 수출 지원 등이 담긴 점은 환영하면서도, 전기요금 인하 등 실질적 지원책이 빠진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은 △공급 과잉 품목의 설비 조정 △수출기업 지원 및 통상 대응 강화 △저탄소·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업계는 형강, 봉강, 철근, 열연, 냉연 등 품목별로 설비 조정 계획이 마련된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품목별 생산량 차이를 고려해 과잉 생산은 줄이고,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품목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상품'과 '철강·비철금속 이차 보전사업' 등 금융 지원에 대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일본산 저가 제품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불공정 수입재 단속 강화 역시 국내 제품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올 초부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정부와 꾸준히 소통해왔던 만큼 업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는 이번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60% 이상 인상됐으며, 특히 전기로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철강업계는 전력비가 전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산업용 전기를 정부가 보조하거나 저렴하게 공급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며 "철강은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인 만큼 단가 차이 몇 퍼센트만으로도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50% 고율 관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이 올해 3월부터 연말까지 납부해야 할 대미 관세는 약 2억81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악화는 물론 중소 협력사로의 타격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철강업체들은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 지분 인수 및 공장 건설 등 현지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업계는 3개월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인 'K스틸법'의 조속한 통과도 요구한다. 해당 법안은 수소환원제철 등 녹색 철강 기술을 지정해 세제 감면, 보조금, 융자 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녹색철강특구' 지정으로 인허가 간소화 및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규제 완화 조항도 담고 있다. 아울러 부적합 철강재 수입 규제와 덤핑 대응을 위한 무역 방어 장치 강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기업 자체적으로 공장 가동 중단 등 자구노력을 해왔음에도 위기를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인하, 노후 설비 교체 지원 등 현실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