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 목표 상향에 기업들 '당혹'…"생산감축 외 대안 없어"

김도균 기자
2025.11.06 15:42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각각 '50~60%', '53~60%' 줄이는 두 가지 안으로 제시하자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두 안의 하한선 모두 산업계가 제시했던 48%보다 높아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탄소 감축 시설 투자와 배출권 추가 구매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을 걱정한다. 철강·화학·시멘트·정유 등 주요 제조업계를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등 7개 업종별 협회는 지난 4일 '2035 NDC 및 배출권거래제 관련 산업계 공동건의문'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건의문에서 "최근 국내 제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주요국의 관세 인상, 내수침체 장기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과 산업 현실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 수준의 감축 목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의 공급 과잉 여파로 업황이 둔화된 상황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향성은 맞지만 업황 둔화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 힘든 상황에서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철강업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 시점이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가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정부 목표 시점이 개발 속도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2037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이전에는 개발이 어렵다"며 "탄소 배출권을 사든, 탄소 감축 시설 투자를 하든 비용이 들 수밖에 없고 현재 수익성이 안 좋은 상황에서 비용을 더 들이면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생산 감축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도하게 상향된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생산 감축밖에 없다"며 "결국 산업 경쟁력과 고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 역시 "현재 감축 목표는 업계의 기술 발전에 따른 감축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서 합리적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며 "갑자기 감축률을 무리하게 높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동률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감축감 목표 달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과 저탄소 제품 시장 조성, 무탄소 전력·수소 인프라 구축 등이 요구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다차원적인 지원정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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