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 수소를 두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보다 후발주자인 중국과 일본은 막대한 예산과 법적 기반을 앞세워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법·제도 기반을 먼저 마련했지만 정책 추진력과 투자 규모에서 밀려 리더십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일본의 수소 관련법 제정은 2021년으로 한국보다 늦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수소사회추진법을 통해 향후 15년간 정부·민간 합산 15조엔(약 141조원)을 수소 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2040년까지 수소 공급량을 1200만톤 이상으로 현재 수준의 6배로 늘리고 2030년까지 수소 단가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인 Nm³당 30엔으로, 2050년까지 20엔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후발주자인 중국도 정부 차원의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2년 '수소에너지 산업 중장기 발전계획(2021~2035년)'을 발표하며 수소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명시했다. 수소 산업 투자가 대폭 늘면서 중국 수소에너지 산업 규모는 2020년 1870억위안(약 38조9137억원)에서 연평균 13% 이상 성장해 올해 3720억위안 수준까지 커졌다. 국유기업 시노펙은 자체적으로 300억위안(약 6조2338억원) 규모를 수소 사업에 투자 중이다.
수소차 보급의 장벽으로 꼽히는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의 직접 구매 보조 대신 성과 보상 제도로 전환해 지역 정부와 기업이 수소차 보급과 인프라 구축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인터랙트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중국 전역 25개 성·시에서 올해까지 1200개 이상의 수소 충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수소 충전소를 2015년 100기, 2025년 1000기, 2030년 3000기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660기 수준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마련하며 제도적으론 선점했지만 최근 충전소 예산 삭감, 정책 주체 약화 등으로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2세대 '넥쏘' 출시로 수소차 판매량에서는 점유율 1위(55.7%)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소차 시장 성장 자체가 둔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을 만들었다는 상징성만 남았을 뿐 실행력은 중국과 일본에 점차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정부 차원의 일관된 정책 추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